제86장 주권 선언
남지아가 칠야초 이야기를 꺼낸 것은 분명 박서진에게 은혜를 상기시키며, 자신의 약혼녀로서의 체면과 존엄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박서진은 전혀 그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차갑고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지아 씨는 손님이고 도준 씨는 내 친구니까 도준 씨가 지아 씨를 안내하는 게 좋겠군요.”
“칠야초에 대한 은혜는 지호 형에게 따로 감사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수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얇게 다문 입술이 열리며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명령처럼 울렸다.
“도준 씨, 지아 씨 데리고 밖에 좀 둘러봐요.”
수지는 어이가 없었다.
‘정말 이상한 커플이네. 나를 왜 끌어들이는 건데?’
“도준 씨.”
박서진은 수지가 내키지 않아 하는 걸 눈치채고 말투를 한층 더 강하게 했다.
그러자 수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지아 씨, 가시죠.”
남지아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서진 오빠, 왜 이렇게 저와 거리를 두세요? 저는 오빠의 약혼녀예요. 오빠를 돕는 건 당연히 기쁜 일이죠. 큰오빠 쪽은 따로 감사 인사 안 해도 돼요.”
“우린 곧 한 가족이 될 거잖아요. 가족끼리는 서로 돕는 게 당연하죠.”
그리고 수지를 향해서도 말을 덧붙였다.
“도준 씨, 그렇지 않나요?”
수지는 무표정하게 대꾸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저한테 묻지 마세요.”
“지아 씨, 안 가실 건가요? 안 가시면 저는 쉬러 가겠습니다.”
이번에는 수지가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이미 지쳤는데... 저 할 일도 많아요.”
“당연히 가야죠.”
그러자 남지아는 살짝 웃어 보였다.
“근데 이곳 별장에 대해서는 제가 더 잘 알아요. 도준 씨는 처음이잖아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녀는 먼저 몸을 돌리며 앞장섰다.
“도준 씨, 따라오시죠.”
결국 수지는 아무 말 없이 빠르게 따라나섰고 남지아는 박서진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뒤따라갔다.
두 사람이 나가자마자 박서진은 남지아가 앉았던 자리를 깨끗이 닦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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