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장 연기력이라면 그도 수준급
수지는 휴대폰 화면에 뜬 박서진이라는 이름을 보자 잠시 망설였다.
벨 소리는 끊임없이 울렸고 화면에 박서진이라는 이름은 지금 이 순간 지나치게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결국 수지는 휴대폰 벨 소리가 멈출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도 없이 벨 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도 발신자는 박서진이었다. 받지 않으면 계속 걸어올 기세였다.
수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마침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서진 씨. 무슨 일이 신가요?”
“수지 씨, 몸은 좀 괜찮아졌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걱정해서 묻는 게 아니라, 수지 씨의 몸 상태가 우리 할아버지 치료에 영향을 줄지 확인하려는 거예요.”
박서진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한결같이 쌀쌀함이 배어 있었다.
분명 그녀의 상태를 물었으나 진심 어린 걱정은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다 나았어요. 할아버지 치료에 지장은 없을 거예요.”
수지는 차분하고 냉담한 톤으로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 역시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전화 끊을게요.”
“수지 씨, 임 비서와 우리 할아버지가 당신에게 제 약혼녀를 접대하라는 요구를 한 일에 대해선 제가 몰랐던 일이에요. 조금 전에 이미 두 사람에게 확실히 얘기했어요. 임 비서는 지금 아리타 분사로 발령 냈어요.”
박서진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할아버지도 더는 수지 씨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거예요. 남지아 씨와 관련해서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다른 일은 없으신가요?”
수지는 짧게 물었다.
“지금은 없습니다.”
“그럼 끊을게요.”
수지는 박서진이 대답할 틈조차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고 난 뒤 수지는 담요를 풀어 헤치고 욕조에 몸을 담갔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안정을 찾으려 했지만 눈을 감는 순간 다시금 머릿속을 스치는 장면이 있었다.
그녀가 박서진을 여자라고 착각해 침을 뽑아달라고 했던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다음부터는 문을 꼭 잠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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