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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장 날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거야

박선재의 그 어떤 반박도 허용하지 않는 단호한 말투에 박서진은 결국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서진 씨.” 상황을 보고 거절할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은 수지는 차라리 일단 수긍하고 나중에 박서진과 단둘이 얘기할 기회를 찾아 자신은 친부모를 찾을 필요가 없으니 더는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 약 드실 시간이에요.” 수지는 박서진이 들고 있던 항아리 밑에서 작은 그릇을 꺼내 약을 조심스럽게 따라내고는 그릇을 박선재의 입술 앞으로 가져갔다. “제가 올 때 다은이가 꼭 약 다 드셔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어요. 3일간 몸 상태를 좀 더 회복하신 뒤 이틀 정도 휴식하면 수술받으실 수 있어요.” “약이 좀 쓰긴 한데 할아버지는 아이가 아니시니까 용감하게 다 마실 거예요, 맞죠?” 수지는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이건 그녀가 억지로 꾸며낸 태도가 아니라 어릴 때 유정숙이 수지를 구하기 위해 교통사고 당한 뒤로 유정숙을 돌보며 자연스레 이런 태도가 몸에 익은 것이었다. 유정숙은 사고 이후 지능이 떨어져 간단한 일조차 협조하지 않을 때가 많았기에 수지가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 유정숙이 지금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병약한 노인 앞에 서면 수지는 본능적으로 태도를 부드럽게 하고 말투도 자연히 달래듯 바뀌었다. 박선재는 수지를 신뢰했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코를 살짝 잡고 약을 한 번에 다 들이켰다. “할아버지 정말 멋지세요.” 수지가 아낌없이 칭찬하며 손바닥을 뒤집자 그 안에는 작고 앙증맞은 소금빵이 놓여 있었다. “약 잘 드셨으니 상으로 소금빵 드릴게요.” “하하하...” 그러자 박선재는 웃음을 터뜨리며 즐겁게 한참을 웃었다. “하하하! 이거 네 할머니 달랠 때 쓰던 방법이니?” 수지는 잠시 멈칫했지만 금세 자신의 무의식적인 행동을 깨닫고 머쓱한 표정으로 코를 만졌다. “네, 맞아요. 할머니를 달래던 방법이에요.” “근데 깜빡했네요. 할아버지는 우리 할머니랑은 다르셨죠.” 박선재는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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