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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반드시 오성시로 데려가야 해

김은경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지만, 수지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손을 들어 전화를 끊어버렸다. “수지 너 듣고 있어?” 뚜뚜뚜... 김은경의 잔소리는 계속되었지만, 들려오는 것은 전화가 끊겼음을 알리는 신호음뿐이었다. “이 빌어먹을 년!” 김은경은 독하게 한마디 내뱉고는 핸드폰을 행인에게 돌려주었다. 통화 내용을 전부 들은 핸드폰 주인은 그녀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겉모습은 우아하고 부유한 상류층 사모님 같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듣기 민망할 정도였다. 비록 전화기 너머에 있던 사람도 딱히 괜찮은 사람일 것 같지는 않았지만. 행인은 핸드폰을 받아 들고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분노를 가라앉힌 김은경은 다시 하동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수지 그년이랑 연락은 했어요? 뭐라던데요? 믿던가요?” “당신이 얘기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라고 했잖아. 믿는지 안 믿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하동국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목소리에는 불만과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묻어났다. “근데 당신이랑 윤아는 갑자기 보경시에 왜 간 거야? 윤아가 이제 막 돌아와서 아직 상견례도 못 했잖아. 그리고 강씨 가문에 자주 가면서 친분도 쌓고 강현우랑도 자주 만나서 관계를 더 발전시켜야 하지 않겠어?” “지난번 윤아가 수지를 함정에 빠뜨리려다 들킨 이후로 강현우는 집에 얼굴도 안 비췄잖아. 이런 상황일수록 강현우랑 더 가까워지게 해야 한다고.” “강현우? 그깟 놈이 뭐라고.” 김은경은 얼마 전 우연히 봤던 고고하고 품격 넘치는 남자를 떠올리자 강현우가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윤아가 더 잘난 사람을 데려올 테니 기대나 해요!” “우리가 일 마치고 돌아가면 당신도 깜짝 놀랄 거예요.”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수지를 오성시로 데려오는 거예요. 나머지는 윤아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김은경은 이미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과 딸이 나선다면 어떤 남자든, 어떤 노인이든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날 거라고 자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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