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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닥터 제니는 젊은이일 것이라고 박선재는 추측했다

수지는 박선재의 맥을 짚어본 후 박서진을 따로 부르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박선재의 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박선재의 심장 문제는 심각하지 않지만 중요한 점은 심장에 부근의 작은 종양을 제거하지 않으면 나중에 크기가 커지거나 다른 부위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두 가지 치료 방법이 있다. 한 가지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해 양성인지 악성인지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보존적 치료를 하며 한약을 마시고 침을 맞는 것이다. 그러나 보존적 치료를 하면 효과를 보기까지 오래 걸리고 수술은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지의 말을 들은 박서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니 선생님, 한약을 마시면서 침을 맞으면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건가요?” 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치료 과정이 3개월 정도 돼요. 이 기간 동안 어르신의 심장을 잘 보호할 테지만 어르신도 저에게 협력해 주셔야 해요. 감정 기복이 너무 크면 안 좋거든요. 마찬가지로 가족들도 저에게 협조해 주셔야 하고요. 한약과 침을 병행하는 치료는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거고 한약을 복용하는 도중에 이상 반응이 생길 수도 있어요. 게다가 침을 맞으면 몸이 아프니까 가족들이 잘 보살펴줘야 해요.” “할아버지와 상의해 보겠습니다.” “네, 상의가 끝나면 바로 알려주세요.” 수지는 검사 결과서를 박서진에게 넘기고 이다은과 함께 VIP 병실을 나갔다. 박서진은 이전에도 비슷한 검사 결과서를 많이 읽어봤지만 이번에도 꼼꼼히 확인했다. 찾아가는 병원마다 처음에는 박선재의 병이 심각하지 않다고 했지만 나중에 정밀 검사를 진행한 뒤에는 박선재의 진료를 담당하려는 의사가 없었다. 방금 전 수지가 말한 것처럼 종양이 아주 위험한 위치에 있어 보통 사람은 감히 수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수술을 감행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닥터 제니뿐이다. 박서진은 닥터 제니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오늘 만나본 닥터 제니는 박선재와 동년배 같아 보이는 할머니였다. 그녀가 장시간 수술을 집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닥터 제니는 돋보기안경까지 쓰고 있어 만에 하나 수술할 때 위치가 조금만 틀어지게 된다면 그 결과를 박서진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닥터 제니조차 믿지 못한다면 박선재의 수술을 믿고 맡길 의사는 어디에도 없다. “서진아, 이리 와봐.” 박선재는 박서진이 미간을 찌푸린 채 온몸에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을 보고 그를 불렀다. “왜 그러세요?” “네가 죽상을 하고 있어서 그런다. 왜? 내가 곧 죽기라도 해?” “할아버지, 그런 소리는 입에 담지도 마세요.” “그럼 방금 전에 할머니 의사가 무슨 말을 했는지 말해봐.” 한참 침묵하던 박서진은 사실대로 박선재에게 들은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수술하면 되지! 난 또 무슨 큰일이라고.” 박선재는 호탕하게 웃었다. “할머니 의사가 나이는 많아 보여도 날 보는 눈빛이 아주 젊었어. 그리고 손에 주름이 하나도 없는걸 보면 노인 같지 않아.” “네?” 박서진은 멍했다. 박선재가 말한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넌 가끔 보면 참 멍청해.” 박선재는 박서진의 머리를 툭 쳤다. “못 믿겠으면 다음번에 의사 선생을 만날 때 손을 자세히 살펴봐.” 박선재는 평온하게 말을 덧붙였다. 닥터 제니는 백발에 의사 가운으로 몸을 가리고 돋보기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정체를 숨기려는 것이 분명했다. 천금을 주어도 모셔오기 힘든 신의라고 했으니 사람들 앞에 함부로 진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비록 닥터 제니가 많은 환자를 진료해 주긴 했지만 그녀의 본모습을 봤다고 단언하는 환자는 없었다. 박선재가 생각하는 바를 박서진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리가 없다. 단지 박서진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 박선재의 말을 들으니 박서진은 곧바로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안심하고 수술을 하면 돼.” 그런 박서진을 바라보며 박선재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3개월 동안 한약을 먹고 침을 맞는 건 너무 오래 걸려. 난 그만큼 기다릴 시간이 없어. 게다가 의사 선생이 3개월이면 치료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걸 보면 종양은 틀림없이 양성일 거야. 단지 닥터 제니가 확실하게 말을 하지 않은 것뿐이지.” 박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제가 제니 선생님을 만나러 가볼게요.” “그래.” 박선재는 3개월이나 병원에 입원해 있을 여유가 없었다. 대성 별장에서 수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정숙에서 수지를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한 다음날에 집을 떠난 것도 모자라 3개월간 밖에서 지낸다면 박선재가 수지를 짐으로 생각한다는 뜻밖에 되지 않았다. 박선재는 이런 일을 할 수 없었다. 곧이어 박선재는 핸드폰을 꺼내 수지에게 전화했고 통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더니 수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할아버지?” “수지야! 밥은 먹었어? 인턴 생활은 어때? 퇴근하면 대성 별장에 돌아가는 거 잊지 마!” 박선재는 온화하고 자애로운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미안해! 할아버지한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수지를 제대로 환대도 해주지 못하고 오성시를 떠나게 됐어.” “괜찮아요. 전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퇴근하면 대성 별장으로 갈 거예요.” 수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쁘신데 일 보세요. 할아버지 돌아오시면 제가 소금빵을 만들어 드릴게요.” “좋지! 수지, 너도 건강 잘 챙겨. 너무 힘들게 일하지 말고, 돈이 부족하면 할아버지한테 말해. 용돈 줄게!” “용돈은 충분해요. 고마워요, 할아버지.” “사부님 누가 찾아왔어요.” 이때 이다은이 낮은 목소리로 방문자가 있음을 알려왔고 고개를 돌린 수지는 박서진을 보게 되었다. 곧이어 수지는 황급히 박선재에게 인사를 한 후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 수지는 아직 본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수지가 전화를 끊고 뒤돌자마자 박서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박서진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수지를 쳐다보았다. 수지는 무표정하게 핸드폰을 무음으로 돌리며 주머니에 넣었다. “가족분과 상의는 끝나셨어요?” “몇 가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다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말을 하며 박서진은 박선재의 검사 결과서를 건넸고 수지는 손을 내밀어 결과서를 받았다. 그러나 박서진은 검사 결과서를 잡은 손에 힘을 풀지 않았고 이에 수지는 시선을 올려 박서진을 바라보며 손에 힘을 주어 당겼다. 그제야 박서진은 검사 결과서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방금 검사 결과서를 건네며 박서진은 닥터 제니의 손이 희고 부드러운 것을 똑똑히 보았다. 박선재의 말처럼 닥터 제니의 손은 전혀 노인의 손이 아니었다.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되시죠?” 수지는 언제나 환자를 진심으로 대했기에 환자 가족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때면 늘 이해할 때까지 자세히 설명해 줬다. “종양에 대해서요.” 박서진은 손가락으로 검사 결과서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만약 수술을 하면 한약을 먹고 침을 맞는 것보다 더 빨리 회복되나요?” 수지는 박서진이 가리키는 부분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수지는 펜을 들고 박서진에게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서진은 열심히 경청하는 척 계속해서 수지의 손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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