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장
"이 시간이면 민지 아가씨께서 자고 계실 시간입니다. 요즘 아가씨께서 어두운 게 무서운지 불을 켜고 주무시더라고요."
문밖에서 손잡이를 내리누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배민훈은 결국 아무 말도 없이 떠났다.
송민지는 그제야 한시름 놓고 발에 약을 바른 뒤, 침대 옆에 있던 불만 남겨놓고 단잠에 빠져들었다.
날이 밝아올 때까지 푹 잔 누구와는 달리 다른 이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송민지는 침대 위에서 꾸물거리는 습관이 없었기에 5시 알람이 울리자마자 눈을 감은 채 일어나 세수를 하곤 잠옷을 입은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방에서 나왔을 때, 마침 배민훈의 방에서 두 사람이 함께 나왔다.
"어, 오빠. 좋은 아침."
"응, 일어났네." 배민훈이 슈트 소매의 단추를 채우며 대답했다.
그와 배연지 사이에 말할 수 없는 이상함이 느껴졌다.
송민지가 힐끔 보니 배연지는 남자 셔츠를 입고 있었다. 품이 큰 탓에 헐렁했지만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오히려 나른함이 느껴졌다. 배연지는 담담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길쭉하게 올라간 눈에 피곤함이 담겨 있었고 안색도 창백했다. 그때, 그녀가 송민지의 눈길을 느낀 듯 쉰 목소리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민지 아가씨."
송민지는 아무 대답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었다.
하인들은 아침부터 바삐 돌아치고 있었고 송민지는 식탁 앞에 앉아 죽을 먹었다. 배민훈도 식탁에 자리 잡자 배연지가 말했다. "대표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가씨랑 식사하시는 데 방해하지 않고 회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앉아."
"저는, 괜찮습니다."
하인은 그 모습을 보곤 수저를 들고 와 식탁에 놓았다.
"내 말 못 알아들어?" 배민훈의 말투에 짜증이 서려 있었다.
그때, 송민지도 말했다. "연지 언니, 앉아서 같이 먹어요."
"오늘 죽 완전 맛있어요."
배연지는 결국 불편함을 참아가며 배민훈 옆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어제 몇 시에 잤어? 많이 피곤해 보이네." 배민훈이 그렇게 말하며 삐쭉 선 송민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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