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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장

송민지는 주익현이 추울까 봐 옷장에서 두꺼운 옷을 찾아 그에게 덮어주고 나서야 마음 놓고 주방으로 가 밥을 했다. 송민지는 이런 부뚜막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지만 전에 주익현이 쓰던 것을 보며 익혔다. 어렵사리 아궁이에 불을 지핀 송민지는 매운 연기에 눈물을 흘렸지만 불붙이는 데 성공했다. 송민지는 주방에 있던 식재료로 간단하게 야채죽을 만들었다. 그녀가 완성된 음식을 차려 방으로 들어가니 주익현이 침대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송민지는 꾀죄죄한 고양이처럼 얼굴에 까만 검댕을 잔뜩 묻힌 채 죽을 들고 들어섰다. "주익현, 이거 먹어 봐..." 시간은 이미 저녁 7시 반이었다. "군영 저택에 확인해 봤는데 민지 아가씨께서 아직 돌아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서원이 배민훈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배민훈이 손을 저었다. 곧이어 깊이를 알 수 없는 눈 밑으로 어두움이 서렸다. 물러서던 고서원은 테이블 위의 술잔을 보며 이렇게 마시다간 배민훈이 정말 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평소 배민훈이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배민훈은 또다시 술잔에 있던 보드카를 원샷했다. 그때 품에 요염한 여자를 안은 남자가 취한 듯한 얼굴로 배민훈을 보며 웃었다. "배 대표님, 토끼 같은 와이프도 없으니 마음 놓고 놀 거 노세요. 이럴 때나 놀아보는 거 아니겠습니까?" "말씀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 우리 하 대표님이 얼마나 깨끗한 분인데 밖에 여자랑 와이프를 어떻게 같이 두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그래요, 이시아 씨랑 하 대표님은 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잖아요. 정말 부럽습니다, 대표님." 이들은 모두 H시 상회의 회장이었다. 대다수 프로젝트가 이들의 손을 거쳐야 했다. 8시 반이 되어 고서원은 군영 저택으로 돌아왔다. "민지는 아직 안 왔어?" 배민훈이 눈을 감은 채 뒷좌석에 앉아 물었다. "지금쯤이면 민지 아가씨도 돌아오는 길일 겁니다, 놀기 좋아하지만 정도를 잘 지킬 줄 아시는 분이잖아요." 그 말을 들은 배민훈이 콧방귀를 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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