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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성우진은 마이바흐 뒷좌석에 앉았고 비서 장은우가 앞에서 운전했다. 경운시의 겨울은 유난히 추운데 오늘따라 눈보라가 본격적으로 휘몰아쳐서 도시 전체가 흰 눈에 휩싸였다. 성씨 저택으로 가는 길 한쪽 옆에 경계대로 둘러싸여 있어서 차도가 하나만 남은 터라 길이 엄청 막혔다. “어떻게 된 거야?” “한 남자아이가 부주의로 물에 빠졌는데 수영할 줄 아는 여자아이가 덥석 들어가서 남자아이를 언덕으로 끌고 온 것 같아요. 지금 한창 두 아이를 끌어올리고 있어요.” 장은우가 살짝 감탄하며 말했다. “여자아이가 참 용감하네요. 혹한의 추위도 무릅쓰고 말이죠.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는데.” 차가 경계대로 둘러싸인 구역을 지나갈 때 성우진의 머리가 유독 더 아팠다. 심지어 귓가에는 앳된 목소리까지 울려 퍼졌다. [오빠, 괜찮아. 내가 언덕까지 데려다줄게.] [오빠, 그럼 우리 약속하는 거다. 나중에 크면 꼭 나랑 결혼한다고 했어.] [그래, 그 약속 무조건 지켜.] 머릿속에 부서진 기억들이 파편처럼 이따금 떠올랐다. 가녀린 한 소녀가 그의 손을 잡고 언덕까지 헤엄쳐가서 안간힘을 쓰며 겨우 그를 언덕 위로 끌어올렸다. 그 아이는 온몸이 흠뻑 젖은 채 두 눈동자가 한없이 맑고 영롱했다. 마치 사람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대체 누구일까? 어릴 때 성우진을 구한 그 소녀는 과연 누구일까? 지금 어디 있는 걸까? 분명 이름을 알려줬는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때 갑자기 눈앞에 온유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성우진은 주먹을 불끈 쥐고 심장이 마구 쿵쾅댔다. 마음속 가장 연약한 곳에 심한 타격을 입은 듯 정처 없이 쿵쾅댔다. 그가 일부 기억을 잃었는데 설마 그 일부가 정말 온유나와 관련된 걸까? 온유나가 정말 그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성우진은 지나간 수많은 일을 떠올려 보았는데 하은별이 매번 그 일을 설명할 때 말을 더듬었던 기억이 났다. 오히려 온유나가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었다. 성우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온유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반드시 직접 그녀를 만나서 물어야 한다. ... 그 시각 성씨 저택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성우진이 돌아왔을 때 하은별과 도우미들은 속수무책하게 그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가 집안에 들어서자 다들 와르르 몰려갔다. “도련님, 드디어 오셨네요. 은별 아가씨랑 저희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우미가 울먹이며 말하니 성우진은 짜증이 더 밀려왔다. 그는 소파에 가서 앉으며 하은별에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전화로 말한 그대로예요.” 하은별은 눈물범벅이 되어 마치 크게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경찰서엔 신고했어?” “네, 도로 구간의 CCTV를 확보했는데 납치범이 차에서 내리는 장면은 없었어요. 그 구간은 산길이라 CCTV가 멀리 있어서 길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어도 바로 사각지대로 몰고 갈 수 있대요.” 계열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던 권민재가 저택에 일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엄마가 납치당했어.” 성우진이 대답했다. “경찰서에 신고는 하셨어요?” 이에 하은별이 대답했다. “경찰서에 이미 연락했는데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몰라요.” “사모님이 떠나기 전에 어디 가신다고 말한 적은 있어요?” 권민재는 일말의 단서라도 잡아서 하정은을 찾고 싶었다. 하은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에게 답했다. “양엄마는 목걸이 가지러 갔다가 개인 온천으로 간다고만 하셨어요. 다른 건 전혀 몰라요.” 언제 사라진 지 모를 때, 이럴 때가 제일 골칫거리이다. “그럼 가게로 가서 목걸이를 챙기지도 않으셨고요?” 하은별이 계속 머리를 내저었다. “네. 점주가 저한테 전화 와서 엄마가 왜 아직도 안 오시냐고 물었어요.” 이때 하은별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직감이 말해주길 이건 분명 납치범한테 걸려온 전화였다. “민재 씨가 받아요. 저는 떨려서 못 받겠어요.” 권민재가 휴대폰을 받고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성우진 대표님? 사모님 살리고 싶거든 내일 아침 7시 30분 전에 현금 100억을 준비해서 교외의 폐기 공장 2열 3칸으로 보내시죠. 안 그러면 사모님은 시신으로 변할 겁니다.” 상대는 심지어 성우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꺼버렸다. 하은별은 애가 타서 그를 마구 밀쳤다. “오빠, 얼른 민재 씨더러 현금 준비하라고 해요. 얼른 양엄마 구해야죠.” 성우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민재야, 얼른 가봐.” 권민재도 머리를 끄덕이고 곧장 별장을 나섰다. ... 한편 온유나는 호텔에서 간만에 꿀잠을 잤다. 해탈한 이후에 얻은 홀가분함이랄까. 그녀는 아침 일찍 깨어나 짐을 챙겼는데 늘 메고 다니는 토트백이 다였다. 물건을 다 챙기고 호텔 조식을 먹은 후 입구에서 택시를 잡고 공항으로 출발할 참인데 검은색 포르쉐가 대뜸 눈앞에 멈춰 섰다. 온유나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 임성준이 천천히 창문을 내렸다. “타, 유나야.” “오빠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 “밖에 추워. 얼른 타.” 온유나는 조수석 문을 열고 안에 올라탔다.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그녀는 임성준에게 이 주소를 알려준 적이 없다. “여기 우리 삼촌네 그룹 산하의 호텔이라 조회하면 바로 나와.” 임성준이 해명했다. “일부러 네 사생활 염탐하려는 건 아니고 단지 걱정돼서 그런 거야.” “알아요.” 그녀도 딱히 사생활이 없으니까. “마침 나도 이 근처에 살아서 이참에 너 데리고 공항 가려고 했지.” 차가 서서히 고가도로로 올라갔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지금 또 워낙 이른 시간이다 보니 차 막힘이 전혀 없었다. 임성준이 먼저 그녀에게 말했다. “강성에 집은 다 마련해놨어. 네 방도 깨끗이 청소했으니까 아저씨 인테리어가 마음에 안 들면 리모델링하고 당분간 우리 집에서 살아.” 온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희한테는 말했니?” 온유희가 인하국에서 보석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어서 온유나는 대부분 일을 그녀에게 알리지 않는다. “알아요 유희도. 졸업까지 아직 몇 년은 더 있어야 하니 나중에 졸업하고 피론체에 남겠다고 해도 딱히 말리진 않을 거예요.” “걔가 좋다면 어디든 다 똑같잖아요.” 온유나는 휴대폰 유심 카드를 빼내서 반으로 부러뜨린 후 차 안의 휴지통에 버렸다. 곧 있으면 그녀는 강성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탈 테고 이곳과 완전히 작별할 것이다. 차가 고가도로를 달리고 온유나는 서서히 잠이 몰려왔다. “괜찮아. 푹 자. 도착하면 깨울게.” 임성준이 다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가 휘청거렸다. 온유나가 뒤돌아보았고 임성준은 얼른 차에서 내렸다. “추돌사고가 났어. 차에서 잠깐 기다려.” 온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성준이 차에서 내렸을 때 성우진도 마침 벤츠에서 내려오며 섬뜩하리만큼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온유나도 줄곧 뒤 차에 관심을 두다 보니 차에서 내린 사람을 발견하기 마련이었다. ‘성우진? 어머님이 납치되셨다고 한 거 아니었어? 대체 왜 여기 나타난 거지?’ 그는 왜 아침 댓바람부터 임성준과 온유나의 차를 가로막은 걸까? 성우진은 차에서 내려온 임성준을 무시한 채 곧게 포르쉐 조수석으로 걸어갔다. “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임성준이 앞으로 나서며 가로막았다. 성우진은 그런 임성준을 보더니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 “내 일이에요. 작작 참견하시죠 성준 씨?” 그는 말하면서 차 문을 열려고 했다. “대표님!” 성우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양옆에 세워진 차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오더니 임성준과 그의 차를 겹겹이 에워쌌다. 임성준은 홀로 온유나를 픽업하러 간 거라 부하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성우진만 한 무리 사람들을 거느리고 왔다. 임성준은 곧장 권민재에게 제압당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성준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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