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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임성준은 성우진를 보며 겸손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성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의 일을 성준 도련님이 뭔 상관이죠?” “성 대표님, 당신은 유나와 더는 부부 사이가 아닌데 자중하는 것이 유나에게도 성 대표님에게도 좋지 않을까요?” 성우진은 가볍게 웃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카리스마가 매우 강했는데 특히 그 순간 몸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얼궈버릴 것 같은 위력으로 한 걸음 다가간 그는 거칠게 조수석 문을 열었다. “스스로 내릴 거야? 아니면 제가 직접 모실까?” 위협적인 말투에는 어젯밤의 부드러움을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그 부드러움은 어젯밤으로 한정된 것 같았다. 엄습해오는 한기에 온유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지난밤에 성우진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임성준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니라 생각했다. 이곳은 강성도 아니고, 임성준의 구역도 아니니 정말 성우진과 강하게 맞서다가 임성준이 위험해질 수 있다. 온유나는 안전벨트를 풀고 성우진을 뒤로 밀었다. “유나야!” 임성준이 황급히 불렀다. 그는 성씨 저택을 지키는 경호원을 쉽게 쓰러트릴 정도였지만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성우진의 경호원을 혼자 당해낼 수는 없었다. 온유나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성준 오빠, 이쪽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녀는 성우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성우진, 저 사람 먼저 놓아줘.” “네가 나랑 함께 가면 놓아줄 거야.” 성우진은 여전히 이런 모습 그대로였는데 온유나는 어떻게 그런 남자를 사랑하게 됐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알았어. 함께 갈 테니 번복하지 마.” “내가 너처럼 거짓말만 하는 줄 알아?” 온유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지만 성우진을 따라 그 검은색 차에 탔다. 차에 시동을 걸자 온유나는 임성준이 풀려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다면 성우진이 그녀를 어떻게 대하든 사실 상관없었다. 온유나가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성우진이 그녀의 턱을 잡았다. 온유나는 눈을 부릅뜬 채 밀치려고 손을 뻗었지만 성우진이 한발 앞서 그녀의 두 손을 잡고 뒤로 젖혔다. 온유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에 이미 약속했잖아. 오늘부터 다시는 엮이지 않겠다고 말이야. 난 정말 경운시를 떠나 앞으로 절대로 너랑 엮이지 않을 거야. 난 말한 대로 하고 있는데 넌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성우진은 화를 내지 않고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강성시에 가서 다시 살려는 거야? 아니면 도망치려고 그러는 거야?” 온유나는 몇 초간 멍해 있다가 되물었다. “내가 왜 도망가?” 그녀는 그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성우진, 네가 무슨 말 하는 건지 모르겠어.” 성우진은 옆에 있던 상자를 들고 물었다. “이거 네 것이 아니야?” 안에 팔찌가 하나가 들어있었다. 전에 성우진이 출장 갔다가 가져온 건데 그녀가 매우 아끼는 것이라 거의 몸에 지니고 다녔다. “내 것이긴 하지만 이건 네가 산 거야. 난 너랑 이혼할 거니 당연히 착용하지 않을 거고. 네가 준 선물은 모두 성씨 저택에 있어.” 온유나는 진실을 말했다. 깨끗하게 끊으려면 아무것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조금만 남기면 끊을 수 없게 된다는 생각에 그녀는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온유나, 아직도 시치미를 뗄 거야?” 성우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눈빛이 음흉하게 변했다. “내가 무슨 시치미 뗀다는 거야?” 온유나는 갑자기 마주친 그 차가운 눈빛에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이걸 어디서 가져 왔는지 알아?” “물건이 전부 성씨 저택에 있다고 말했잖아. 성우진, 너의 집이니 넌 언제라도 가질 수 있는 거 아니야?” “납치범이 돈을 달라고 해서 다 줬어. 납치범이 도망가고 나니 이 팔찌만 그곳에 남아있더라고.” 온유나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 그제야 그녀는 완전히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 내가 그 성씨 가문 사모님을 납치한 배후라고 의심하는 거야?”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 팔찌는 누구든 가져갈 수 있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런 팔찌가 아니야. 팔찌는 성씨 저택에 있었으니 성씨 저택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데 왜 나라고 확신하는 거야?” “배후에 있는 사람이 그렇게 어리석겠어? 납치범에게 자신의 신분을 직접 대변할 수 있는 물증을 준다고? 게다가 난 어젯밤에 거의 밤새도록 너랑 함께 있었는데 범행을 저지를 시간이 어디 있었겠어? 너랑 같이 있으며 핸드폰 한 번 만지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납치범과 소통했겠어?” “나도 하은별이 너한테 전화했을 때 사모님이 납치된 사실을 알았어. 성우진, 도대체 내가 그랬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거야? 이렇게 내 차를 막으러 오다니, 넌 내가 그렇게 미워?” 성우진은 차갑게 웃더니 행동이 더 격해졌다. “어젯밤에 일부러 회사에 와서 마지막 회식이라고 둘러댄 게 나를 인증으로 삼아 누명을 벗으라고 한 거 아니야? 내가 CCTV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 거잖아.” 온유나는 순간 자신이 인생을 참 슬프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사랑 하나 때문에,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위해 그녀는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밤, 병에 걸릴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찾아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결혼기념일을 만들며 결혼을 잘 마무리 짓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녀의 모든 것은 그가 보기에 매우 형편없는 것인 듯 어젯밤 그녀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그를 찾아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 그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해 조금씩 존엄을 잃어갔다. 온유나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사모님을 미워한다는 걸 인정해. 사모님이 내 아이를 간접적으로 죽인 살인범이고, 우리 결혼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잖아. 난 사모님이 미워 죽겠어.” “하지만 난 널 사랑해. 사모님은 이 세상에 남은 너의 유일한 가족이니 난 그런 일을 할 수 없어. 손을 쓸 수 없다고. 하정은은 너랑 같은 피가 흐르고 있고, 가족을 잃은 기분을 난 잘 알아. 네가 너랑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유일한 가족을 잃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는 심지어 미움까지 포기했지만 성우진은 코웃음 치며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온유나, 넌 항상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스스로 잘 생각해 봐. 네가 한 일은 나를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치는 것인지 말이야. 네가 한 일 중에 떳떳한 것이 있어?” 성우진은 그녀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온유나, 내가 널 미워하게 하려고 그런 짓을 한 게 아니야?” 성우진의 혐오스러운 눈빛과 질문에 온유나는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그녀가 한 그 일들이 그의 눈엔 상처였고 그녀를 향한 미움일 줄 몰랐다. 온유나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누명을 쓴 것이라고 수없이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시집간 것까지 포함해 그녀는 이렇게 비천한 방식을 쓸 필요가 없었다. 당시 성진 그룹은 온씨 가문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그들은 결혼할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 그녀가 그의 서류를 건드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가 그렇게 해서 가장 많은 것을 얻은 것도 성진 그룹이었다. 온유나는 매번 설명했지만 성우진은 한 번도 그녀를 믿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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