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장
온재혁의 표정은 매우 엄숙했다. 온세라를 보는 눈빛은 낯선 사람보다도 더 감정이 없었다.
온세라는 오히려 차분했다.
[사실이 무엇이든, 아버지가 누구의 말을 믿느냐에 달려 있어요. 제가 뭐라고 말해도 아버지는 미라의 말을 믿으실 거잖아요?]
어릴 때부터 항상 그랬다.
어렸을 때 처음으로 교외 와이너리에 갔을 때, 온미라가 온세라를 물이 없는 수영장에 밀쳐서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났다. 온세라가 아무리 온미라가 밀었다고 손짓해도 온미라는 '언니가 스스로 넘어졌다'는 한마디로 모든 일이 무마되었다.
심지어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온재혁은 체면을 구기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미라보다 나이가 많고 언니니까 원래 미라를 봐줘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나중에 미라가 사람을 죽이거나 불을 지르더라도 제가 대신 죄를 뒤집어쓰게 하겠죠?]
이번에 자기를 윤미라 대신해서 최씨 가문에 시집보낸 것처럼.
온세라는 원래 온순한 성격이라 이렇게 날카롭게 말한 적이 없었다.
온재혁도 한동안 멍해 있다가 갑자기 화를 내며 책상을 두드렸다. "네가 최씨 가문에 시집갔다고 최서진을 등에 업고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는 온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
온재혁이 분노로 얼굴이 붉어진 모습에도 온세라는 오히려 더 차분해졌다.
[아버지, 요 며칠 꿈에 어머니가 자꾸 나타나요.]
온재혁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죄책감 때문인지, 얼굴에서 화기가 좀 가라앉았다.
"너희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됐어. 큰 병을 앓고 나서 너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잖아."
온세라는 온순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들어 몇 가지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온재혁은 놀란 듯 온세라를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기억이 났어?"
온세라는 조심스럽게 탐색하듯 말했다.
[자꾸 꿈에, 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산에 가서 약초를 캐는 모습이 떠올라요. 그리고 계속 뭔가를 외우라고 했던 것 같아요...]
"뭐라고?"
[처방이요.]
온재혁은 갑자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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