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장
최씨 가문이 차가운 동굴과 같다면 최서진은 지옥 그 자체였다.
온세라는 이미 지옥에 발을 들였고 기태하는 그녀의 삶에 유일한 빛으로서 오늘부터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녀는 그 빛이 평온하게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랬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도시 전체가 비로 뒤덮였다.
온세라가 집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완전히 저문 후였다.
“어디 갔다 온 거야?”
문을 들어서자마자 최서진의 목소리가 거실 너머로 들려왔다.
신발을 갈아 신던 온세라는 순간 멈칫했다.
[외할머니한테 갔어요.]
“그래? 근데 이제 들어오는 거야?”
[오는 길에 사고가 나는 바람에 조금 지체되었어요.]
“오는 길에 정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일이 생겨서 네가 차마 떠나지 못했는지를 모르겠네 난?”
최서진이 소파에서 일어나자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에는 살얼음이 서려 있었다.
온세라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 남자랑 오늘 재밌게 놀았어?”
최서진이 천천히 다가오자 그의 건장한 몸은 마치 거대한 먹구름 같았다. 완전히 다가오지 않았지만 보기만 해도 압도당해 숨이 막히게 했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온세라가 자기 일에만 전념하고 그의 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과 그녀의 일상은 외할머니를 만나러 가거나 아니면 집에 돌아와서 바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잔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그리고 오늘날 그녀가 다시 그 남자를 만나러 갔다는 것을 안 사실과 갑자기 받은 그 자료에 대한 분노가 겹쳐져 더는 억제할 수가 없게 되었다.
[기태하는 곧 강성을 떠나니까 앞으로 그를 만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오늘은 그저 돌려받을 물건이 있어서 만난 거예요. 별다른 뜻은 없어요.]
온세라는 박순자의 당부를 뒤로 한 채 허겁지겁 가방에서 그 나무 상자를 꺼냈다.
“이게 뭔데?”
[어머니 유품이에요. 예전에 그 사람에게 맡겼었어요. 근데 돌려주었으니 이젠 상관없어요.]
“네 어머니 유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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