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장
온세라가 병원에서 나왔을 땐 이미 해가 진 후였다.
“세라 씨?”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그녀는 잠시 멍해 있다가 뒤를 돌아보니 심안희였다.
심안희는 보온병을 들고 주차장에서 막 나왔는데 마치 입원 부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다.
“태하 씨 보러 온 거예요?”
온세라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요.]
“생각 다 정리한 줄 알았어요.”
심안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도대체 태하 씨한테 뭐라고 했길래 그이가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거죠? 그 사람 이달 말에 다시 돌아가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에요.”
온세라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심하게 밀려오는 죄책감에 심안희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아마 이젠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한 번 엎어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으니 말이다.
“세라 씨 그럼 이제 어디 가는데요?”
[집에 가려고요.]
심안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잘됐네요. 마침 태하 씨가 세라 씨한테 한 가지 물건을 전해달라고 했는데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직접 가서 가지세요.”
온세라는 조금 놀랐다. 한편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자 심안희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태하 씨 곧 떠나요. 근데 어떻게 한 번을 안 만나줄 수가 있어요? 세라 씨 양심은 있어요?”
[그런 뜻은 아니에요.]
“그럼 빨리 가봐요.”
말하면서 심안희는 보온병을 온세라에게 던져주었다.
보온병을 든 채 온세라는 병실에 들어섰다.
심안희의 말이 맞다. 기태하가 곧 떠나는데 작별인사라도 얼굴을 보며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기태하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가 타고 있는 휠체어를 본 온세라는 눈을 부릅떴고 너무 놀라 문 입구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서로 무언가가 통했는지 기태하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고 온세라를 보자 흠칫하더니 이내 그의 눈이 반짝였다.
“온세라?”
온세라는 다리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찬 것처럼 가까스로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안희 씨가 가져다주래. 들었어. 이번 달 말에 간다며.]
기태하의 눈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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