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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다들 찬성표를 내던졌고 강원우도 재미 삼아 합류했다. 하지만 그의 차례에서 가장 큰 숫자가 나왔고 여학생들은 비명을, 남학생들은 질투의 눈길을 보내왔다. “대박! 원우 너 진짜 짱이네!” 배진호가 큰소리로 외쳤다. 실은 강원우도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다. 머리를 들고 간수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수줍어서 빨개진 얼굴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사위 게임이 끝난 후 두 사람은 나란히 마이크를 잡고 감미로운 선율을 듣다가 서로 마주 보면서 노래를 불렀다. 처음 그녀와 함께 노래하는 거라 강원우는 가슴이 설레고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더 놀라운 건 처음 듣는 간수연의 노랫소리가 허지민에게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간수연은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방불케 했고 강원우는 큰 산에서 메아리로 울리는 듯한 중후한 목소리였다. 둘의 합창은 가수들 뺨치는 수준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큰 박수가 이어졌다. 학생들 모두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고 누군가는 심지어 큰소리로 외쳤다. “너희 둘 몰래 연습한 거 아니지? 가수 뺨치는데?” 강원우는 칭찬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간수연은 살며시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곧장 자리를 피했다. 즐거운 노래방 타임이 끝나고 삼겹살 타임이 다가왔다. 저녁 무렵 학생들은 예약한 공원 근처의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날씨도 한결 따스했고 오후에 노래방에서 놀던 대로 팀을 나누어 테이블에 착석했다. 하지만 강원우의 팀에 합류하고픈 남학생들이 더 많아졌다. 졸업이라는 마지막 순간을 간수연, 허지민과 좀 더 오래 함께하고 싶었으니까. 몇몇 남학생들의 익살스러운 장난에 분위기가 슬슬 들끓었고 슬픔과 기대, 시원섭섭함이 한데 섞여 졸업파티를 실컷 즐겼다. 누가 먼저 제안한 건지 모르겠지만 게임이 시작됐고 그중에서 당연히 빼놓을 수 없는 건 진실게임이었다. 지명된 사람은 무조건 진실을 말해야만 하는 가혹한 게임이었다. 대부분 학생들은 마음속 깊이 숨겨왔던 비밀을 하나둘씩 털어놓았고 그때마다 비명과 환호성이 끊기지 않았다. 또다시 병 돌리기가 시작됐는데 이번엔 배진호가 일부러 강원우를 조준했다. 아니나 다를까 화살이 강원우를 향했고 그는 속절없는 눈길로 배진호를 쳐다봤다. ‘이 자식이 감히 날 겨냥해?’ 그가 속으로 씩씩거릴 때 배진호가 큰소리로 물었다. “자, 이제 원우 차례네. 질문한다 그럼? 우리 원우 한때 짝사랑했던 상대는 누구야? 거짓말하기 없기!” 다른 친구들도 한마디씩 덧붙였다. “그래, 거짓말은 절대 안 돼.” “다들 엄청 궁금했단 말이야!” “이참에 원 없는 졸업파티를 만들어야지. 거절당해도 괜찮으니 용감하게 말해봐.” 이전의 강원우라면 감히 정면으로 나서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당당함 그 자체였다. 또한 오늘 이 파티가 끝나면 다들 대학과 진로 문제로 정신없을 테니 짝사랑 상대와도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어쩌면 같은 곳에서 지내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다. 강원우는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허지민.” 순간 장내가 술렁거렸다. 그의 짝사랑 상대가 허지민 혹은 간수연 둘 중 한 명일 거라곤 추측했지만 이토록 용감하게 고백할 줄은 몰랐으니까. 배진호가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원우랑 지민이는 어려서부터 함께 커왔잖아!” 그는 강원우가 허지민을 짝사랑하는 걸 진작 알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나중에 대학에 가면 각자 바빠서 더 이상 고백할 기회가 없을 테니까. 후련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강원우는 허지민의 반응을 살폈다. 예쁘장한 그녀의 얼굴이 어느덧 빨갛게 물들었고 놀라움 반, 어두움 반으로 뒤섞였다. 강원우의 고백이 의외이기도 하고 곤혹스럽기도 한 모양이다. 학창시절의 사랑은 수줍고 풋풋한 법, 강원우처럼 과감하게 고백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 그녀는 강원우의 시선을 피해 머리를 홱 돌렸다. 아무런 대답도 없지만 그녀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강원우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또 나름 해탈이라고 여겼다. 이런 결과일 거라고 진작 예상했으니까. 둘 사이의 갭 차이가 너무 크니 도저히 불가능했다. 퇴학을 당한 문제아와 우수한 성적에 우월한 집안 조건을 지녀서 앞날이 창창한 여신의 조합은 가당치가 않았다. 친구들은 어색함을 피하려고 화제를 돌렸다. 한편 허지민은 강원우에게 몹시 미안하지만 고백만은 도저히 받아줄 수가 없었다. 이 나이대의 여학생은 사랑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언젠가 모든 방면에서 완벽하고 다재다능한 백마 왕자가 나타나길 바랐다. 키 크고 잘생긴 남자, 그녀보다 노래도 잘 부르고 공부도 잘하는 남자, 농구와 기타 운동을 즐기고 집안 조건까지 우월한 그런 상대를 바랐다... 하지만 강원우는 이러한 기준과 거리가 너무 멀다. 거절을 당한 절친을 보고 있자니 배진호는 자괴감이 들었다. 강원우를 도와주고 싶었는데 역효과만 일으켰으니까. “도와주려고 그런 건데 망쳐서 미안해. 젠장...” 이에 강원우가 웃으면서 가볍게 주먹질을 해댔다. “너 때문에 망칠 줄 알았어. 좀 맞아야겠다.” 배진호는 쿨하게 웃어넘기는 강원우를 보자 괴로움이 조금은 가셨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어색한 고백 타임이 서서히 잊히고 남학생들은 하나둘씩 강원우에게 격려를 보냈다. 허지민처럼 우월한 집안 조건, 우수한 성적, 앞날까지 창창한 여학생은 그들이 감히 꿈 꿀만 한 상대가 아니다. 모든 남학생들이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어진 진실게임은 딱히 파격적인 내용 없이 서서히 끝나갔다. 이제 모두가 이별의 슬픔에 젖어 들었다. 학생들은 하나둘씩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높은 소리로 읽기도 했다. “여기 [시간] 부를 줄 아는 사람 있나?” 문득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해댔다. 요즘 가장 핫한 노래 [시간]은 졸업시즌의 학생들에게 더 큰 인기를 받고 있다. 이 노래는 졸업생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와 첫사랑과 이별을 마주한 슬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런 곡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니,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 뮤지션이었다. 데뷔가 곧 정상이니까. [시간]은 각종 음악 차트에서 1위를 석권했고 전체 차트에서도 5위 안에 진입하며 1위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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