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노은정은 더 이상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강윤빈에게는 거대한 충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의 신뢰와 인내심을 무너뜨린 건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를 탓할 수가 없었다.
이 날이 오기 전까지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그렸던 상황이기에 아직까지는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
그는 길게 심호흡하고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진심을 증명할 거야. 은정아, 한 번만 나한테 기회를 줘.”
차가 서서히 주차장에 진입하자 노은정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굉장히 짜증 섞인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이혼 도장부터 찍고 증명하든 말든 마음대로 해.”
말을 마친 그녀는 그의 대답도 듣지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결국 논점은 또 이혼으로 돌아왔고 강윤빈은 그녀가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지만 이 고통스러운 마음을 쏟아낼 방도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이 열리자, 노은정은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슬리퍼로 갈아신어야 할지 머뭇거리는 와중에 신발장에 익숙한 토끼 모양의 슬리퍼가 시야에 들어왔다.
원래 살던 집에서 그녀가 신던 슬리퍼와 똑 같은 제품이었다.
분명 그 집에서 나오며 쓰레기통에 버렸었는데 어떻게 다시 돌아온 걸까?
그녀는 의혹을 안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집 구조를 확인한 그녀는 순간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크게는 커튼부터 커피잔, 옷장과 거실의 웨딩사진, 방의 크기만 달라졌을 뿐, 소품 인테리어는 원래 집과 똑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시공간에 잘못 들어온 것 같은 광경에 노은정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왜 집을 이렇게 꾸몄어? 대체 이것들은 다 어디서 사온 거야?”
강윤빈은 그녀와 함께 주변을 둘러보고는 그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난 줄곧 당신이 나랑 함께 새 집으로 와서 새 생활을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어. 당신이 날 여기 혼자 버려두고 떠날 거라고는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어. 집을 이렇게 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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