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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장

임건국이 생일 잔치를 연다는 소식은 곧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었다. 해성시에서 임씨네 가문이 보잘것 없기는 해도 딸 하나는 고씨네 가문 도련님인 고상준한테 시집을 갔고 또 다른 딸은 육신 그룹 대표인 육진우한테 시집을 갔으니 거대한 행사나 다름이 없었다. 육진우한테 아부를 떨어야 하는 많은 기업 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잔치에 참석하려 하고 있었다. ‘따르릉’ 임지연은 그 벨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최근 해성시 사람들은 어디서 그녀의 휴대폰 번호를 얻은 건지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를 걸어와 어김없이 칭찬을 남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임지연은 심호흡을 하고 난 뒤 입을 열었다. “육씨 집안일에 대해 저는 그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어요.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육진우 씨한테 직접 찾아가시기 바랄게요.” 전화 너머에서 침묵이 흘러나오고 있자 임지연은 순간 어떨쩔해졌다. 그러다 다시 번호를 확인해 보니 그녀는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소우명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소우명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진우? 육진우?” 임지연은 흠칫하긴 했으나 여전히 해야 할 답을 하고 있었다. “응,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한 거야?” 임지연과 같이 백의 선생님 아래에서 의학을 전공해 왔던 소우명은 그때 당시 3년 동안 임지연과 서로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로서 함께 일해 왔었다. “해성시에 왔던 김에 네가 궁금해서 전화했어.” 소우명은 살짝 실망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지연아, 육진우하고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야?” 입이 빠른 탓에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에 머리가 어지럽기만 한 임지연은 이마를 짚으며 설명을 하고 있었다. “말하려면 좀 길어. 차라리 내가 한턱 쏠 테니까 만나서 얘기해.” 시간을 대략 따져보면 그녀는 소우명과 거의 3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었다. “알았어. 그럼 남수로에 있는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소우명은 별다른 말 없이 다정하게 답하고 있었다. 임지연은 전화를 끊고 간단하게 단장하고 있었다. 육진우의 별장이 산 중턱에 위치해 있는 터라 운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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