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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입구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는 육진우는 오늘 슬림한 회색 양복 차림으로 훤칠한 키를 뽐내고 있었고 잘생긴 얼굴까지 더해지고 있으니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임지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육진우가 여긴 어쩐 일이지?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그한테로 걸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온 거예요?” 육진우는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고 예쁜 눈을 비스듬히 뜨며 이 집안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 당신하고 함께 친정에 와 보고 싶었었어. 왜? 싫어?” 임지연은 얼굴이 약간 불그스레해졌다. 싫다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집에서 육진우가 들이닥쳤다는 건 호랑이 입에 양이 제 발로 찾아온 거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권력도 신분도 없는 모델이 황인호를 상대로 뭘 할 수 있겠는가! 임지연은 목소리를 낮추어 답했다. “일단 먼저 돌아가 있어요. 상황이 좀 복잡하니까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이건 그녀의 집안일이니 육진우를 이 흙탕물에 끌어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패기가 넘치는 육진우는 그녀의 허리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이제 당신은 내 아내야. 그러니까 당신의 일이 내 일인 거지.” 그 말이 황인호를 화나게 만들었다. 원래는 임지연을 비교적 마음에 들어 했었는데 중도에 불청객이 찾아왔으니 체면이 깎인 것이다. 그는 손바닥으로 탁자를 세게 두드렸다. 크나큰 인기척 소리에 임건국은 즉시 황인호한테 사과를 했다. “황 대표님, 이게 사실이 아니에요. 저 애가 일부러 연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믿으면 안 돼요.” 임씨네 가문은 황인호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만일 황인호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면 임진 그룹은 끝장이 난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황인호는 매서운 눈초리로 임지연을 흘겨보더니 이내 육진우한테로 시선이 떨어졌다. 육진우한테서는 타고는 귀티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해성시에서 어느 정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황인호는 유명 인사들이라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그는 전에 육진우를 마주친 적이 없다는 걸 확신하고 나서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였다. “임건국! 내가 여자 하나 찾을 수 없어서 너한테 온 줄 알아! 딸을 주기 싫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되잖아! 굳이 기생오라비를 데려와서 날 쪽팔리게 할 필요가 있어!” 낯빛이 점점 흐려져 가는 임건국은 임지연이 이런 수법을 사용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는 육진우한테로 곧장 걸어왔고 육진우보다 키가 한 토막 작아서 그런지 기세가 주눅이 드는 느낌이었다. “넌 누구야? 누군데 우리 집에 들어온 거야?” 육진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임지연을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거야 당연히 장인, 장모 만나러 온 거죠.” “헛소리 집어치워! 지연이는 내 딸이야. 게다가 숫처녀라고! 넌 대체 누군데 이런 되도 않는 말들을 퍼붓는 거야!” 화를 버럭내며 질책을 하고 있는 임건국의 모습은 마치 자신의 딸을 진심으로 위하는 아버지에 흡사했다. 육진우는 임건국의 기세에 놀라지 않고 황인호를 무뚝뚝하게 바라보았다. “이분은 얼핏 봐도 마흔 살은 훌쩍 넘어 보이는데 저 나이면 지연이 아버지라고 해도 믿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자기 딸하고 결혼시킬 생각을 하는 거죠? 이봐요. 늙은 소가 여린 풀을 먹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건 좀 지나친 거 아닌가요?” 임지연은 하마터면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 육진우의 독설이 꽤나 마음에 드는 것이다.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색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황인호는 임건국을 매섭게 쏘아보더니 독설을 내뱉었다. “임건국! 앞으로 다시는 도와달라고 날 찾아오지 마!” 말을 마치고 난 그는 식식거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훌쩍 떠나버렸다. 임건국은 황인호를 붙잡으려 했으나 황인호는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 순조롭게 흘러가던 담판이 이 남자 때문에 망가졌으니 임건국은 기절초풍이었다. 임건국은 육진우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너... 너...” 허나 제대로 된 말 한마디조차 내뱉지 못했다. 바로 그때 기회를 잡은 정순자는 임건국의 등을 두드리며 임지연을 나무라고 있었다. “지연아, 아무리 싫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아빠의 속을 긁으면 어떡해! 아빠가 너더러 황인호한테 시집을 가라고 하는 것도 다 우리 집안을 위해서잖아!” 그들은 줄곧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하찮은 짓들을 일삼아 왔었다. 임지연은 그런 그들이 역겹게만 느껴졌다. 임건국은 잠시 숨을 돌린 뒤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임지연! 겁도 없이... 감히 이딴 식으로 파혼하려고 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무조건 황인호하고 결혼해야 될 거야! 안 그러면 나도 더는 할아버지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임건국은 임지연의 약점이 할아버지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내일 선물들을 챙겨서 나하고 같이 황씨네 가문에 가서 사과해. 황 대표는 널 용서할 거야.” 임건국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옆에 있던 정순자도 눈치 있게 말을 덧붙였다. “그래, 지연아, 오늘 그나마 일이 막장으로 이어진 건 아니잖아. 우리 집안이 지금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 아빠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거니까 네가 많이 헤아려 줘. 여기 기생오라비하고는 더는 연락하지도 말고.” 임지연은 이 사람들이 계속하여 할아버지를 이용해 협박을 하는 모습에 치가 떨렸다! 그녀가 분노하고 있다는 걸 느낀 육진우는 손을 뻗어 그녀를 다시 품에 끌어안았다. 칠흑 같은 검은 눈동자가 약간 구부러져 있는 게 마치 웃고 있는 것 같았으나 그 웃음에 다른 의미가 들어있는 듯했다. “죄송해요. 저하고 지연이는 혼인 신고를 마친 상태예요. 법적으로 부부라는 뜻이죠.” “그게 무슨 말이야?” 임건국은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육진우는 주머니에서 혼인신고서를 꺼내 보여주었다. “오늘 막 받은 신고서라서요. 못 믿으시겠으면 민정국에 가서 확인해 봐도 좋아요.” 임건국은 그 증명서를 펼쳐 보았고 생각 밖에도 그 위에는 임지연하고 육진우의 이름이 떡하니 적혀 있었다. 임지연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터라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려면 호적이 필요해 그리로 이전을 했었다. 다시 말해 임지연은 충분히 혼자서도 결혼을 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임건국은 눈앞이 흐려졌다. 위층에서 내려오던 임시월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아빠, 엄마, 무슨 일이야?” 말을 마치고 난 그녀는 육진우한테 시선이 고정이 되었다. 그냥 딱 한눈에 넋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의 냉엄한 얼굴에 완벽한 정교함이 배어있는 데다 이목구비는 잘 다듬어진 듯 흠집 하나 없었다. 심지어 회색 양복 차림이 더해져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더 훌륭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시월아, 네 언니가 어디 가서 일개 기생오라비하고 결혼했지 뭐야! 아주 네 아빠 속을 확 뒤집어놓고 있어!” 정순자는 임지연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임시월은 임지연한테 시선을 돌리며 가냘픈 표정을 지었다. “언니, 어제 분명 약속해 놓고 왜 그래?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우리 그룹이 자금을 투자받지 못하며 할아버지 병원비는 누가 책임져?” 그 말에 임건국은 단도직입적으로 야단을 쳤다. “임지연! 오늘 당장 가서 이혼해! 내일 나하고 같이 황씨네 가문에 찾아가서 사과해! 안 그러면 할아버지 시체를 거두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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