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장

자성을 띠고 있는 잠긴 목소리가 마치 유혹을 하고 있는 듯했고 임지연은 귓불이 빨갛게 물들어졌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마침 육진우의 칠흑 같은 눈매를 마주치게 되었다. 그 눈빛에는 잔잔한 파도와도 같은 평소와 다르게 욕망이 잠재되어 있는 듯했다. 지금의 육진우는 진심이다. 그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자 임지연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넓은 방 안은 사방이 다 막혀 있는데다 두 사람의 거리가 하도 가까워 그 남자의 향기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육진우는 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몸을 더욱 굽혀버렸다. 임지연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즉시 자리를 피해버렸다. 육진우는 그런 그녀를 강요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어색하기만 한 임지연은 준수한 남자를 힐끔거리며 입을 뻥끗하였으나 말이 나오질 않고 있었다. 한참이 흘러 그녀는 느릿느릿 말을 건넸다. “그... 그게 있잖아요. 진우 씨가 성에 안 찰까 봐 그래요! 하하하!” 그녀는 이따금씩 자신이 했던 말들이 후회스러웠다. 그러다 육진우의 따가운 시선을 마주하게 되자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져 가고 있었다. 육진우는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돌아서서 욕실로 향했다. “샤워하러 갈게요.” 샤워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임지연은 겨우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욕실 안에서는 물줄기 소리가 울려 퍼졌고 임지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고상준하고 연애할 때는 두 사람이 기껏 해 봐야 나란히 걷는 게 전부였던 터라 남자와 이토록 가까이 있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오늘 육진우가 퍽이나 이상하다. 임지연이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욕실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습관적으로 시선을 돌려봤더니 그녀는 육진우가 수건 하나 두르고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임지연은 얼떨떨해졌다. 방금 샤워를 마쳐서 그런지 몸에 물때가 조금 남아있었고 검은 단발머리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 물줄기는 밀빛 피부를 따라 내려갔다. 육진우는 외모뿐만 아니라 몸매 또한 어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넓은 어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