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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육진우가 언제 도착한 건지는 몰라도 검은색 양복 차림을 하고 있는 그는 도발적으로 임지연의 허리를 감싸며 싸늘한 눈빛으로 고상준을 쏘아보았다. 고상준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감정을 진정시키고 나서 말을 건넸다. “지연아, 그만해. 이 남자는 너한테 안 어울려.” 임지연은 비아냥이 섞인 미소를 터뜨렸다. “안 어울린다고? 그럼 내가 누구한테 어울릴 것 같은데? 너?” 임지연의 말투 속에 서린 빈정거림을 느낀 고상준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고 곧이어 임지연이 임시월을 가리키며 말을 건넸다. “고상준 도련님! 똑똑히 봐! 저 여자가 당신 아내야!” 임시월은 찢어진 자신의 옷을 움켜쥐고 몸을 휘청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상준 오빠, 오늘 일은 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임지연 저년이 나를 모해한 거라고! 질투심에...” “입 다물어!” 임시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상준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임시월을 쏘아보았다. 지금 임시월은 윗도리가 찢어져 커다란 피부를 드러내고 있었고 목에는 눈에 거슬리는 묽은 점이 돋보였으니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너무나도 선명했다. “당장 돌아가. 그러고 어딜 나와!” 고상준은 나지막이 호통을 쳤다. 임시월은 계속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정순자한테 이끌려 방에 들어갔다. “상준이 말이 옳아. 얼른 가서 옷 갈아입어.” 임시월은 달갑지가 않았으니 지금 이 상황에서 자리를 비킬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나자 커다란 거실에는 세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육진우는 팔을 살짝 풀어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한테 시선을 고정했다. “괜찮아? 별일 없었어?” 임지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육진우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네가 이리로 왔다고 할머니가 말해주더라고. 전에 이 집안 사람들이 널 괴롭혔던 적도 있고 하니까 혹시나 괴롭힘을 당할까 찾아온 거야. 별일 없어서 다행이야.” 육진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임지연의 아리따운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임지연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피하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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