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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민준혁은 물건을 든 채 문 앞에 서서 거실에 놓인 갈비찜을 바라봤는데 육즙이 차 넘치고 갈비의 진한 향이 코끝을 찔렀다. 이건 뭐 영원 식당 요리사가 한 것보다 훨씬 더 유혹적이었고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저절로 맴돌았다. 갈비찜 옆에는 시원한 화채도 있었고 또 다른 가정식 요리가 두 개나 더 놓여 있었다. 게다가 담백한 콩나물국에 다진 파를 얹어서 풍미를 한층 더 했다. 한 상 가득한 요리는 웬만한 셰프 수준이었다. ‘이게 정말 다 소은비가 한 거라고?’ 민준혁은 선뜻 믿을 수가 없었다. 소은비는 이미 민씨 저택에 돌아갔고 이건 새로 온 가정부가 차린 밥상이 아닐까? “아저씨, 숙모님은 아직이세요?” 이때 소은비가 하늘색 앞치마를 두르고 날씬한 목에 땀 닦는 수건을 걸어둔 채 포니테일을 묶고 작은 얼굴을 환하게 드러냈다. 그녀는 흰쌀밥 두 공기를 들고 주방에서 나오며 보조개가 옴폭 파일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머리를 돌린 순간 단정한 군모를 쓴 민준혁이 차갑고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없이 짙은 눈빛은 무언의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소은비도 송민철이 말한 손님이 민준혁일 줄은 몰랐던지 얼른 시선을 피하며 모르는 사람인 척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선생님, 제가 반년 전에 진안으로 돌아왔는데 줄곧 찾아뵙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실은 어제 남부 지역에서 지인이 신선한 감귤 주스를 보내왔어요. 두 분 한 번 드셔보세요.” 민준혁이 눈웃음을 지으며 공손하게 인사를 올린 후 두 손으로 감귤 주스와 복숭아를 건넸다. 그는 비록 성급하게 찾아왔지만 빈손으로 올 리는 없다. 송민철 부부에게 사과도 드리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 이참에 짬을 내서 교장 선생님을 뵈러 왔다. 송민철이 정색하며 그가 건넨 물건을 다시 돌려주었다. 감귤 주스는 워낙 지방 특산이라 귀한 식품이고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그런 주스였다. 가격도 꽤 비싸서 서민의 월급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마음만 받을게. 이것들은 다시 가져가서 너희 할머니께 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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