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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소 선생, 사모님 진료 전 과정에 참여했잖아. 회진 회의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고. 다들 소 선생이 제안한 관장 요법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는데 왜 인정 안 해?" 고신양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 말에 이송철의 눈이 반짝였다. '좋은 아이디어야. 좋은 리더로서 책임 전가는 필수 스킬이 아니겠어? 왜 이 방법을 잊었을까?' "고신양, 헛소리하지 마. 내가 언제 환자에게 관장을 하자고 했어?" 소은설의 얼굴은 극도로 어두웠다. 소은설도 여자였기에 이런 요법은 여자로서 참을 수 없는 치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회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증명할 수 있어." 고신양은 바로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 위협과 공갈이 섞인 눈빛으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사람이 있는 곳에 사회가 존재한다. 병원도 치료를 넘어 인간관계가 드러나는 곳이었다. 이송철은 경고하는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보았고,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설은 단지 평범한 부교수일 뿐이기에 누구도 그녀를 돕지 않았다. 능력이 있어도 백이 없으면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법이다. "돌팔이들!" 하진수는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어 인간 관계 따위는 신경 쓸 틈이 없었고, 그저 냉혹한 눈빛으로 소은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제안한 거야?" "제, 제가 안 그랬어요." 소은설은 억울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환자를 치료할 때 항상 환자를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환자의 존엄과 체면도 중요하게 여겼다. '게다가 방연수의 사례는 내가 책임지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관장 요법을 제안하겠어?' 다만 소은설도 이송철과 고신양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열하고 파렴치한 놈들!' "계속 변명해?" 하진수는 더 크게 화를 내며 혈안이 된 채 소은설을 노려보았다. "어린 나이에 감히 사람을 함부로 치료 방안을 내? 너 학교 며칠이나 다녔어? 의학 책은 몇 권이나 읽어봤어?" "딱 봐도 빽 써서 병원에 들어온 거네. 넌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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