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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잡이여우 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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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기회를 줬는데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건 너이니 날 탓하지 마.” 담배 한 대를 다 피운 진태평은 조금 낡아 보이는 삼성 핸드폰을 꺼내 소진성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 사실 방금 담배를 살 때 진태평은 소진성에게 연락을 했다. 강유이에게 보고도 할 겸, 진태평은 면접을 보는 틈을 타서 회사를 둘러 보려 했다. 어쨌든 지금은 블루 테크가 자신의 사업이기 때문에 신경 써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촌 누나 오민아와 마홍규가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인사팀장 이경준과 미리 짰을 줄은 몰랐다.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이런 나쁜 습관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블루 테크는 진태평의 산업이지 쓰레기를 숨기는 곳이 아니다. “허허, 기회를 준다고? 감옥에 가서 머리를 맞았어? 교화범인 주제에 감히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거야?” 이경준은 전화기를 들고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 끼익. 문이 열리더니 대머리 중년 남자 한 명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소진성 대표님...” 이경준은 깜짝 놀라 얼른 다가가 인사했다. 안타깝게도 소진성은 이경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진태평에게로 향했다. “진태평 씨, 안녕하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길이 좀 막혀서 좀 걸렸어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소진성은 미리 진태평의 사진을 봤었다. 어제 블루 테크가 진태평의 명의로 넘어갈 때 강유이가 소진성에게 미리 당부했다. 초라할 정도로 수수한 옷차림을 한 진태평이야말로 그의 주인이라고 말이다. “아, 괜찮아요.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진태평은 손을 내밀어 가볍게 잡더니 고개를 돌려 이경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확. 이경준의 얼굴이 곧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 어리둥절해졌다. ‘정말 소진성 대표님을 알고 있는 거야?’ ‘소진성이 방금 얼굴에 아첨이 가득한 표정으로 뭐라고 불렀지? 교화범? 아니, 진태평 씨였어!’ “진, 진태평 씨, 소진성 대표님을 안다고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이경준은 반응이 빨랐다. “아니야, 난 여전히 너의 오만불손한 모습이 좋아. 계속 나를 교화범이라고 불러. 더 친근하게 들릴 수 있게 말이야.” 진태평은 바로 말을 끊고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이것이 권세의 힘인가.’ 소진성의 말 한마디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교화범이라 부르며 꺼지라고 하던 인사팀장 이경준이 금세 꼬리를 흔드는 개처럼 변한 채 조금 전의 길길이 날뛰던 모습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뭐? 그런 일이 있었어?” 소진성은 그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직장 안의 일을 모를 리 없었다. 평소에도 회사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지만 큰 화를 초래하지 않는 한 눈감아 주며 넘어가고 있었다. 회사 직원들은 돈을 위해 일하며, 경영진은 돈 외에 권력을 위해 일한다. 그리고 그들은 권력을 움켜쥔 듯한 느낌에 연연했다. 다만 이경준은 운이 나쁘게 마침 진태평을 건드린 것이다. 진태평이 교화범인지 아닌지는 소진성에게 있어서 절대 중요하지 않았다. 진태평은 지금 자신의 직속 상사이니 말이다! “소진성 대표님, 아니, 저...” “이경준 씨, 당신이 해고되었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지금 당장 개인 소지품을 정리하고, 한 시간 안에 회사를 떠나 주세요. 이번 달 월급과 퇴직 수당을 다음 달에 카드로 보낼 거예요.” 소진성은 진태평의 앞이라 태도를 보여야 했고, 동시에 자신의 철권 수완을 과시해야 했다. “소진성 대표님...” “꺼져!” 소진성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한 시간만 줄 거야. 경비원 불러 내쫓기 전에 꺼져!” “....” 풀이 죽은 이경준은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진태평을 바라보며 문득 머릿속에 한마디가 떠올랐다. ‘세상은 공평하다!’ 하지만 업보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 “진태평 씨, 실례지만 제 사무실에 잠깐 들르시겠어요?” 이경준에 대한 참수 결단과는 달리 소진성은 평안한 얼굴로 웃으며 허리를 굽혔다. “그래요, 앞장서세요.” 진태평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경준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소진성과 함께 떠났다. 소진성은 블루 테크의 명의상 대표님이지만 조용한 성격이었다. 사무실은 이경준의 사무실과 비슷한 크기인데 면접 구역만 응접실로 바뀌었다. “진태평 씨, 오늘 장부를 확인하러 오셨나요? 아니면 인사차 오셨나요?” 말하면서 소진성은 장부와 회사 직인을 꺼내 들었다. “아니에요.” 진태평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정말 면접 보러 왔는데 저에게 자리를 하나 만들어 줄 수 없을까요?” “진태평 대표님, 농담하지 마세요. 회사 전체가 대표님 소유인데 어떤 자리를 원하세요? 진태평 씨는 대표님이고 전 일을 거드는...” “아니요, 일반직으로 배정해 주시면 됩니다.” 진태평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는 조용한 신분이 필요했다. 첫째, 회사에 잘 잠복하여 더 많은 문제를 발견하고 쉽게 개선할 수 있다. 둘째, 부모님이 일자리 문제로 걱정이 많으시니 설명이 필요하다. 셋째, 그는 조용한 신분으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을 지켜봐야 한다. 오자마자 대표님이 된다는 건 출발점이 너무 높다. “진태평 대표님, 그럼 암행어사 노릇 한다는 건가요?” 진태평의 말이 농담 같지 않자 소진성이 또 물었다. “그럼 어떤부서로 가고 싶어요?” “어떤 부서가 근무시간이 자유로워요?” 진태평은 단지 일을 원했을 뿐이지, 일에 얽매이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더 많은 시간을 내서 유단비 그 나쁜 여자를 찾아가 결판을 내야 했다. 모든 것이 안정되면 지난 삼 년 동안의 은혜를 갚을 것이고, 지난 3년 동안의 원수도 갚을 것이다. “그러면 마케팅 부서죠.” 소진성이 대답했다. “마케팅팀 직원들은 출퇴근할 때 카드를 찍지 않고 실적에 의존하거든요. 하지만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기본급 40만 원 만 받게 될지도 몰라요.” “좋아요. 마케팅팀으로 가죠. 마케팅팀에 얘기해 둬요. 내일 바로 갈 건데 내 신분을 말하지 말고. 블루 테크 대표님은 여전히 소진성 씨예요” 진태평은 성격이 시원시원했기에ㅔ 오민아와 마홍규 두 사람을 괴롭힐 생각이 없었고,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오민아는 사촌 누나이니 큰아버지의 체면은 봐줘야 했다. “네,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마케팅팀 팀장 오라고 할게요.” 소진성이 진태평의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3분도 채 안 돼 키가 크고 늘씬한 여자가 들어왔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진태평은 찾아온 여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절세미인이었다! 늘씬한 키에 희고 부드러운 피부 결, 갸름한 얼굴에 보석 같은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붉은 입술은 도도하고 매서워 보였다. “소진성 대표님,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어요?” 여자는 진태평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곧 시선을 소진성에게로 향했다. “류아영 팀장, 이쪽은 마케팅팀 신입 사원인 진태평 씨야. 시간 내서 잘 가르쳐. 내 먼 친척인데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핑계를 대고 난 소진성은 진태평이 반대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이 좀 놓였다. “친척?” 류아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류아영 팀장님 안녕하세요. 진태평이라고 합니다.” 진태평은 먼저 손을 내밀어 인사하며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안녕하세요.” 류아영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지만 찌푸린 미간은 펴지지 않았다. “소진성 대표님, 당분간은 받을 수 있지만 제 규칙을 잘 아시잖아요. 3개월 연속 영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저는 사정을 봐주지 않을 거예요.” “이건...” 소진성은 진태평의 업무 능력을 몰라 조금 난감해졌다. “동의하지 않으면 저 갈 거예요.” 류아영은 돌려서 거절하고 있었다. 업무가 많은 그녀는 신입을 가르칠 시간이 없었다. 특히 낙하산이 가장 난처하다. “개성 있네요.” 진태평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찬사에 찬 눈빛을 보냈다. “그렇게 해요.” 진태평은 소진성을 곤란하게 하지 않고 그대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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