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모자란 놈! 교화범이 무슨 일을 한다고 그래? 퉤!”
마홍규는 백미러로 진태평을 향해 욕을 내뱉었다.
"됐어,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내쫓아,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해.”
오민아는 귀찮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진태평이 마음에 들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3년 전 진태평이 싸워서 감옥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오민아는 축하파티라도 하고 싶었다.
3년 전의 진태평은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다.
공부는 늘 상위권이었고, 모든 선생님의 눈에 좋은 학생이었으며 이웃들의 눈에는 착한 아이였다. 명절마다 아버지는 늘 그녀와 진태평을 비교하곤 했는데 이는 오민아의 트라우마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런 모습이니 오민아는 기분이 짜릿했다.
교화범일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일을 알선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공부를 잘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
“걱정하지 마. 회사에 미리 얘기했어. 꼭 내보낼 거야. 회사에 두면 눈에 거슬리는 건 사실이지만 너의 아버지가 일부러 우리 둘을 감시하라고 보낸 것 같아.”
마홍규의 두 눈에 원망이 가득 찼다.
“됐어. 우리 아빠는 고지식하니까 잘해. 주말 가족 모임에 올 때 선물도 좀 챙겨오고. 우리 아빠한테 시비 걸지 말고.”
“알았어.”
마홍규는 기쁜 척했지만 속으로는 언짢았다.
한 달 월급이 얼마 되지 않았고 친구 서너 명 먹고 마시면 몇 푼 남지 않기 때문이다.
진태평은 차에서 내린 후 길가에 매점이 있는 것을 보고 담배 한 갑을 사고 나서 천천히 블루 테크로 걸어갔다. 약 20분 정도 걸으니 마침내 블루 테크의 문이 보였다.
블루 테크는 큰 회사가 아니라 연구개발을 위주로 하는 작은 회사였다. 시가총액은 대략 1, 2억 정도이고 본사 규모도 크지 않았는데 직원이 몇백 명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블루테크는 으리으리했다. 땅이 금값인 천해시 중심구역 변두리에 사무실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부지면적이 5000㎡가 넘었다.
경비원은 진태평을 막지 않았다. 찾아온 이유를 말하니 신청표를 작성하고 들여보냈다.
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에게 면접 장소를 물어본 후 진태평은 바로 3층으로 올라갔지만 방안에서 면접을 보는 사람이 있어서 20분 정도 기다려서야 차례가 되었다.
이경준이라 불리는 인사담당자는 40세 전후의 중년 남자였다.
“이름이 뭐예요?”
이경준은 고개도 들지 않고 책상 위에 놓인 지원서를 뒤적거렸다.
블루 테크는 큰 회사난 아니었지만 연구개발 능력이 매우 강하여 업계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각 부서에서 많은 신입 사원을 채용해야 했기에 인사팀 팀장 이경준은 적지 않은 압박을 받고 있었다.
“진태평입니다.”
진태평은 맞은편에 똑바로 앉아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대답했다.
"뭐? 진태평?”
이경준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태평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머리를 깔끔하게 다듬어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마홍규의 당부를 생각하자 곧 얼굴이 싸늘해졌다.
“네, 제 이름은 진태평입니다.”
“그래요.”
이경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
“왜 이력서가 없죠?”
“미처 이력서를 만들지 못했어요.”
탁!
이 말을 들은 이경준은 핑곗거리를 찾았다는 듯 펜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력서 없이 무슨 일을 찾는다는 거예요? 일부러 나를 놀리는 건가요?”
“질문을 먼저 하고 이력서는 나중에 보충하는 건 어때요?”
진태평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
어차피 낙하산이고 이력서가 없는 것은 확실히 자신의 문제이니 말이다.
“그래요, 그럼 어느 학교 나왔고 무슨 경력이 있는지 얘기해 보세요.”
이경준은 두 팔로 팔짱을 낀 채 눈썹을 치켜들었는데 두 눈에는 경멸의 빛이 감돌았다. 방금 막 마홍규가 보낸 카톡을 보았는데 알고 보니 교화범이었다.
“저는 대학교 졸업도 안 했고 직장 경력도 별로 없어요...”
진태평은 생각해 보고 사실대로 말했다.
3년 전 인턴을 시작하자마자 사고를 쳐 감옥에 들어갔고 대학에서도 퇴학당했으며 아무 경력도 없었다.
“하지만 3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어요. 그렇죠?”
이경준은 코웃음 치더니 조롱 조로 말했다.
“왜 감옥에 갔는지 말해봐요. 강도예요, 절도예요?”
“어떻게 아셨어요?”
진태평은 자기도 모르게 질문을 던지고 나서 머릿속에 뭔가 스쳤다.
‘오민아가 아니면 마홍규다! 그렇다면 오민아는 진심으로 나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주고 싶은 것이 아닌 것 같군. 허허, 날 갖고 장난치려 했다니.’
사람은 한 번 초라해져 봐야 곁에 있는 것이 사람인지 개인지 알 수 있다고 하더니 오늘 이렇게 느끼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이경준도 자신이 말실수 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금 나가주세요. 블루 테크를 대표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회사는 교화범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문은 저기 있으니 이제 꺼져도 돼요!”
“면접에 불합격한 것은 이해하지만 내가 교화범인지 아닌지는 당신 한마디로 결정되는 게 아니야.”
진태평은 천천히 일어나 이경준을 노려봤다.
“그리고 너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블루 테크를 대표해?”
이경준은 웃으며 눈썹을 추켜올렸다.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야?”
“해보자는 게 아니라 사실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블루 테크를 대표해? 너 따위가?”
진태평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어제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교화범이라고 욕했다. 하지만 그는 교화범이 아니고, 설령 교화범이라고 해도 다 나쁜 사람인 건 아니다.
환도 감옥에는 일찍이 국경을 넘어 많은 적을 죽인 군사의 왕이 있는데 그는 군사 법정에도 서 봤고 사람도 죽였었다.
하지만 아무리 환도 감옥이라도 많은 사람은 그를 영웅으로 간주했다!
진태평의 인내심도 교화범이라는 소리와 함께 사라진 채, 더는 참을 수도 없었고 참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자격 없으면 넌 자격 있어? 교화범 주제에 당장 꺼져!”
이경준은 탁자를 내리치더니 진태평을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계속 안 나가면 경비를 불러 쓰레기 던지듯 내 던질 거야.”
“허허, 꺼지라고?”
진태평은 나가기는커녕 여유롭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더듬어 꺼내더니 불을 붙이고 자연스럽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
“어허, 쎈 척하는 거야? 꺼지라니까 앉아 있어? 해보자 이거지? 딱 기다려...”
이경준은 직접 전화를 걸어 사람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진태평이 무엇 때문에 감옥에 갔는지 확신하지 못했기에 만약 섣불리 달려들다가 망신을 당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신중하게 사람을 부르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먼저 소진성에게 전화해서 네가 감히 나한테 꺼지라고 할 수 있는지 물어봐.”
진태평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진성 대표님을 알아?”
이경준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방금 집어 든 핸드폰을 내려놓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진태평을 바라보았다.
소진성은 블루 테크 창시자의로서 절대적인 일인자인데 교화범인 진태평이 아는 사람이라니 의아했다.
“나는 몰라. 하지만 소진성은 분명히 나를 알 거야.”
진태평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계속 센 척 해봐!”
이경준은 눈알을 굴리며 진태평이 자신에게 겁주려고 한 말이라 생각했다. 교화범 따위가 소진성 대표님을 어떻게 알 수 있겠냐 말이다.
소진성 대표님의 이름을 한 번에 말할 수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공 좀 들여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알 수 있는 정보이니 말이다. 게다가 마홍규가 다 조사한 것인데 자신을 속일 수 있겠는가.
“흥, 정말 내가 겁먹을 줄 알아?”
“허허!”
이경준은 자신의 추측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