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정윤동이 진연훈을 알고 지낸 지가 8년인데 그동안 미션 때문이 아니고서야 진연훈이 여자한테 시선을 1분 이상 둔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정윤동과 다른 비서 셋이 혹시 형님이 여자를 싫어하고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냐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형님이 여자를 보고 있다니!'
'너무 잘 됐어, 이제 우리 인신 안전 걱정 안 해도 되겠어. 형님이 언제 우리한테 덮칠지 걱정 안 해도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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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한테로 가는 복도에서.
"유지아 씨, 죄송해요. 원장님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귀빈을 접대해야 해서 직접 지아 씨를 접대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원장님이 이미 교감한테 직접 전학에 관한 일을 부탁하셨어요."
기사가 해명하자 유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감사해요."
아주 담담한 목소리였고 세련된 얼굴에는 차가움 외에는 다른 표정이 없었다.
'너무 도도해.'
'원장님이랑 무슨 사이인데 원장님이 잘 접대하라고 신신당부한 거지?'
두 사람은 교감사무실에 도착했다.
두꺼운 볼 테 안경을 한 대머리 나 주임이 사무실에 있었고 테이블 옆에는 혼혈 여교사가 서 있었다.
"미연 선생님, 이 전학생을 선생님 반에 배정했습니다."
나 주임은 말하면서 서류를 건넸다.
미연은 고2 1반 담임이었다/
캐빈 고등부는 학년마다 11개 반급이 있었는데 학기마다 기말고사 성적으로 반을 다시 배정하는데 학년 총점수가 50등 안에 있어야 1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서류를 건네받은 미연은 교육을 받은 기록을 보더니 낯빛이 굳어졌다.
캐빈 국제학원은 항상 교학의 질을 중요하게 여겨 매년 입학시험을 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아서 입학 수속을 할 수 있었다.
'촌구석에서 온 촌년이 왜 우리 1반에 오는 거야?'
'그것도 입학시험도 보지 않고?'
"똑똑."
그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고 기사가 하얀색 치파오를 입은 여자애를 데리고 들어왔다.
"나 주임님, 이분이 원장님께서 부탁하신 전학생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기사가 소개했다.
"지아 학생 왔어? 앉아."
나 주임은 얼른 일어나 웃으며 유지아를 소파로 안내했다.
어젯밤 원장님이 직접 전화해서 이 학생을 잘 챙기라고 했었다.
원장님이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생이라 분명 원장님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 주임은 원장앞에서 표현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고 월급을 인상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유지아는 담담하게 물었다.
"무슨 수속이 필요하죠?"
"입학 수속은 내가 조금 이따 해줄 거야. 먼저 소개해 줄게. 이분은 고2 1반 담임이신 미연 선생님이야."
나 주임은 미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미연 선생님, 이 학생이 유지아 입니다. 잘 부탁해요, 교실로 데려가세요."
미연은 유지아를 훑어보았는데 아주 세련된 외모에 늘씬했기에 치파오가 잘 어울렸다.
하지만 몸에서 뿜기는 차가운 아우라가 너무 오만스러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조금 전 말하는 말을 들으니 유지아가 원장님과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연은 이런 사이를 제일 싫어했다!
특히나 뒤 봐주는 사람이 있다고 자기 주제도 모르는 낙제생은 더더욱 싫었다!
그녀는 이런 낙제생 때문에 자신의 훌륭한 이력서에 실패가 생기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학생, 캐빈 국제학원에 온 걸 환영해. 하지만 우리 고2 1반은 널 환영하지 않아..."
미연은 일부러 영어로 말했다.
그러고는 그제야 반응했다는 듯 한국어로 다시 말했다.
"어머, 너 영어 못 알아듣잖아... 내가 한 말은..."
"미연 선생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 주임은 난감해하며 말했고 유지아도 할 말을 잃었다.
"말 그대로예요."
미연 선생님은 손에 든 서류를 흔들며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영어 4급 시험도 못 건넜는데 어떻게 수업을 들어요? 시험은 어떻게 보고요? 1반에 들이는 건 학년 50등 안에 든 학생들한테 피해를 주는 거라고요! 캐빈의 입학률을 낮추는 거라고요!"
미연이 너무 단호하게 거절하자 나 주임은 더 난감해했다.
유지아의 서류에는 확실히 영어 등급 시험을 본 기록이 없었다.
전에 있던 성적도 모두 캐빈에 입학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유지아가 원장님이 직접 안배한 학생이라는 것이었다!
"미연 선생님, 지아 학생은 원장님이..."
"나 주임님, 그만 하세요.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죠. 입학시험을 볼 능력이 없으면 11반에 가야 해요."
미연은 나 주임의 말을 끊어 버렸다.
11반은 학년 꼴찌들이 있는 반급이었고 유지아처럼 입학한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반급이었다.
유지아는 말문이 막혔다.
"1반 담임 선생님 장난 아니시네요."
매력적인 남자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세 사람이 머리를 돌려보니 언제 왔는지 사무실 밖에 남자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