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괜찮아... 다른 말은 없었어?"
이자연은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여전히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말이 더 있는 건 어떻게 알았대?"
육일호는 기뻐하며 조수석에서 정교한 케이크를 꺼내 천 쪼가리와 함께 이자연한테 건넸다.
"이 케이크는 형님이 특별히 가져다주라고 한 거야."
이자연이 평소 몸매 관리를 하느라고 거의 디저트를 먹지 않았는데 특히나 케이크는 더욱 먹지 않았다.
하지만 케이크 포장에 "행복"이라는 LOGO가 크게 박혀있는 걸 보았다. 이건 재벌 집 딸들한테 아주 인기 있는 브랜드였다.
매일 케이크를 한정으로 출시하는데 비싸기도 했지만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고마워, 내가 이 가게 케이크 제일 좋아해."
이자연은 기뻐하며 케이크를 건네받았다.
"형님이 계속 연락할 수 있는지 너한테 물어보래."
조금 전까지 웃으며 이자연을 쳐다보던 육일호는 갑자기 진지해져 물었다.
그제야 이자연은 케이크 포장 위에 금색 테두리를 한 하얀색 카드가 있는 걸 보았다.
카드를 열어보니 전화번호가 쓰여 있었고 밑에는 아주 터프하게 "진"이라는 글씨가 쓰어있었다.
그 글씨를 본 이자연은 심장이 너무 빨리 쿵쾅거렸다.
'진, 4대 가문 수장인 진씨 가문?!'
육일호가 말하는 형님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분명 고씨 가문보다 지위와 권력이 세 보였다...
"당연하지."
이자연은 너무 기뻤지만 부끄럽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형님한테 전할게, 그럼 이만."
육일호는 말을 끝내고 차에 타 떠났다.
이자연은 손에 든 케이크를 보며 아주 기뻐했다.
하지만 다른 손에 들린 천 쪼가리를 보았는데 그 위에 수놓은 그림이 뭔가 익숙했고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떠오르지 않았다.
이자연은 바로 그 천 쪼가리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누구든 무슨 상관이야, 지금 그 신비로운 큰 인물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 나 이자연인데!'
-
육일호는 이씨 가문을 떠나 바로 진연훈한테 전화했다.
"형님, 지시대로 천 쪼가리와 케이크를 모두 전달했어요."
"반응이 어땠어?"
진연훈이 물었다.
"아주 좋아했어요. '행복' 케이크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고 계속 연락하겠다고 했어요."
육일호는 또 씰룩거리며 말했다.
"형님, 몸 좀 챙겨야 해요, 그 여자애 아직 미성년자 같던데..."
수화기 너머에 있던 진연훈은 기뻐했다는 소리를 듣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날 산에서 여자애가 진연훈이 부른 이름을 듣고 놀라 도망갔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날 너무 과하게 반응해서 함부로 찾아가지 못해 육일호한테 알아보라고 보냈던 것인데 이렇게 누군가 벌써 죽으려고 달려들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너 사람 잘 못 찾았어."
진연훈은 입술을 앙다물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이때, 육일호가 탄 검은색 아우디가 이미 캐빈 국제학원 교문에 도착했고 교사 건물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교수 건물 아래에 링컨 벤이 세워져 있었다.
"네?"
육일호는 되물었다.
"그럴 리가요? 그날 분명 산에서 날... 젠장!"
육일호는 그제야 이자연과의 대화가 떠올랐고 자신이 너무 마음이 급해서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걸 느꼈다.
"지금 바로 다시 돌아갈..."
그러면서 유턴하려고 했다.
"됐어."
진연훈은 전화를 끊고 링컨 벤 뒷좌석에서 내리는 여자애한테 시선을 집중시켰다.
여자애는 하얀색 슬림한 치파오를 입고 머리를 땋았는데 세련된 옆모습에서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 없었지만 아주 고상하고 차가워 보였다.
"연훈 형, 도착했어요."
비서 정윤동은 차를 주차하고 뒷좌석에 앉은 진연훈을 보며 말했다.
뒷좌석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정윤동은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었는데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정윤동은 의아해서 머리를 숙여 차에 앉은 사람을 쳐다보았는데 진연훈이 다른 창문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창문 밖은 마침 교수 청사 정문이었는데 정장을 입은 남자가 치파오를 입은 여자애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여자애???'
정윤동은 마치 기적을 발견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 형님이 여자한테 관심을 갖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