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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남자는 검은색 슬림한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키가 훤칠했고 짧은 머리가 아주 깔끔해보였고 몸에서는 왕처럼 고귀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신이 부러워할 만한 외모를 가진 그 남자는 금색 테 안경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안경이 마침 차가움을 감춰주어 더 고상하게 보이게 하였다. 유지아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뭔가 익숙함을 느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남자도 유지아를 보았는데 날카로운 눈빛이 안경알을 뚫고 적나라하게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진 교수님이 웬일로 여기에..." 나 주임은 환하게 웃으며 아부를 떨었다. '진...' 유지아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기억 속 깊은 곳에 있던 앳된 얼굴이 떠올랐고 점차 앞에 있는 남자와 겹쳤다. '그 사람이야!' 유지아는 그 남자와 시선을 마주쳤는데 상대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입가에 머금은 미소를 보고 소름이 끼쳤다. 유지아는 얼른 시선을 피하고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날 알아본 거야?!' 진연훈은 유지아의 미세한 행동까지 모두 보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미연을 보며 말했다. "교감님 말도 안 듣는 겁니까?" 진연훈이 자신을 쳐다보자 미연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과 부끄러운 기색이 동시에 나타났다. '진 교수님이 날 봤어!' '다 이 전학생 탓이야, 얘 때문에 내가 진 교수님 앞에서 체면을 깎인 거야!' 진연훈은 24살에 벌써 교수 자리에 앉았고 잘생기고 몸매도 좋았다. 게다가 진씨 가문 후계자였기에 돈도 많고 권력도 있어서 학교 여자 선생님들의 이상형이었다. "진 교수님, 산구석에서 나온 학생이라 성적이 안 좋습니다. 이씨 가문에 입양 갔다고 주제도 모르고 1반에 오겠다고 했어요. 전에 성적을 보고 11반에 가라고 제안한 겁니다. 제 말이 맞잖..." 미연이 아직 해명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진연훈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소리가 점점 작아졌고 결국 입을 다물었다. 미연은 분노에 차서 유지아를 노려보았다. '여우 같은 년, 입학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진 교수님을 꼬시는 거야?' 눈치가 빠른 나 주임이 웃으며 말했다. "허허, 지아 학생, 반급은..." "입학시험 어디서 봐요?" 유지아는 최대한 진연훈의 존재를 무시하려고 차갑게 나 주임을 보며 물었다. "좋아, 너 지금 2호 교수 청사 101호실에 가서 입학시험에 참가해!" 미연은 아주 교활한 눈빛을 하고 말했다. "네가 1반에 들어오지 못하면 게양식에서 전교 학생과 선생님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해! 내가 한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해 보여." '감히 진 교수님 앞에서 내 체면을 깎아내려? 넌 전교생 앞에서 체면 깎이게 해줄게!" 유지아는 아무 표정도 없이 유지아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미연은 유지아가 겁먹은 줄 알고 비웃으며 말했다. "왜, 겁나? 겁나는 게 정상이지, 우리 고2 1반이 개나 소나 다 올 수 있는..." "만약 제가 1반에 가면요?" 유지아는 담담하게 미연의 말을 끊자 미연은 콧방귀를 뀌었다. "네가 1반에 오면 내가 게양식에서 전교 학생들과 선생님 앞에서 너한테 무릎 꿇고 사과할게!" "좋아요." 유지아는 말 하고는 담담하게 뒤돌았는데 진연훈의 뜨거운 눈과 마주쳤다. 그 눈동자는 너무 깊어서 마치 블랙홀 같았고 빠지면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유지아는 잠깐 멈칫하더니 바로 그의 시선을 피하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미연은 유지아가 이렇게 통쾌하게 동의할 줄 몰랐기에 떠나가는 유지아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계속 센 척해 봐. 이제 울게 될 거야.' "미연 선생님, 어떻게 학생이랑 그런 내기를 할 수 있어요!" 나 주임은 그제야 반응했다는 듯 진연훈을 보며 말했다. "진 교수님, 부끄럽네요, 어서 앉아서 차 한 잔..." 진연훈은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차는 됐어요, 저도 내기 하나 하죠." "진 교수님은 저랑 무슨 내기 하고 싶은 거죠?" 나 주임은 순간 너무 놀라서 물었다. 진연훈은 유지아가 떠나는 방향을 보며 말했다. "지아 학생이 1반에 들어가면 1반 담임 선생님을 바꿔주세요." 우르릉 쾅- 조금 전까지 뿌듯해하던 미연은 그 말을 듣자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았고 교사 생활이 여기서 끝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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