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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며칠 뒤 의식을 회복했을 때 박도하가 침대 맡에 앉아서 음침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휴대폰에 방금 항공권 메시지가 떴던데 어디 가?” 차윤서는 그 순간 실소가 새어 나왔다. 이 남자 때문에 수영장에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죄책감이나 관심은 일절 없고 다짜고짜 어디 가느냐고 묻다니? “아니, 그냥 좀 나가서 바람 쐬려고.” 차윤서는 대충 핑계를 둘러대면서 그를 빤히 쳐다봤다. “설마 아직도 내가 사과하길 바라는 거야? 그럴 일 없어. 송이나가 앞으로 감히 또 내 물건에 손댄다면 그때도 똑같이 때릴 거야.” “고작 목걸이 하나 때문에 이럴 필요까지 있어?” 박도하가 정색하며 쏘아붙이자 그녀가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고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받은 선물이야! 목숨처럼 아끼는 거라고!” 차윤서는 더 이상 그와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한편 박도하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표정이 살짝 굳었다. 이어서 마음이 찔렸던지 부자연스럽게 말했다. “그거 내가 길 가다가 대충 산 건데, 정 그렇게 마음에 들면 나중에 또 사주면 될 거 아니야.” 차윤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여태껏 이 남자한테서 받은 선물은 단 하나, 바로 목걸이였던지라 그날 불에 탄 목걸이도 본인이 선물한 거로 착각하나 보다. “이번 한 번만 참아줄게. 이나는... 내 친구야. 또 건드린다면 그땐 나도 어떻게 나올지 몰라.” 말을 마친 박도하는 자리를 떠났다. 약을 갈아주러 들어온 간호사가 그를 스쳐 지나가면서 거만한 그의 표정을 보더니 몰래 수군거렸다. “저분이 바로 여자친구를 위해서 병실 한 층을 대관한 대표님이죠? 고작 뺨 몇 대 맞은 거로 온갖 검사를 다 시켰잖아요. 너무 자상해! 너무 멋있어.” “어디 그뿐이에요? 거기 담당 간호사가 말하길 매일 여자친구한테 약도 발라주고 죽도 먹여주고 얼마나 소중하게 다루는지 모른대요.” ... 차윤서는 마치 낯선 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묵묵히 들었다. 간호사가 약을 다 갈아준 후 그녀는 홀로 퇴원 수속을 마쳤다. 이어진 며칠 동안 박도하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 남자의 행적을 너무 잘 알았다. 송이나가 매일 도발에 가까운 메시지를 보내왔으니까. 이틀 전에는 함께 바다 보러 가주고 어제는 불꽃놀이를 해주고 오늘은 또 놀이공원까지 대관해서 실컷 논다고 했다. 차윤서는 이 메시지들을 대충 흘겨볼 뿐 매일 짐 정리만 열심히 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하준의 심장을 의식 받은 그 남자를 조사하고 있었다. 해성에 가면 새 출발이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그녀만의 ‘우하준’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혼 수속 당일, 차윤서는 마침내 가정법원에 가서 깔끔하게 수속을 마쳤다. 집에 돌아오자 박도하가 소파에 앉아 미간을 구기고 있더니 그제야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어디 갔다 왔어?” 차윤서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요즘 줄곧 송이나와 함께 있던 이 남자가 오늘 집에 돌아올 줄은 몰랐다. “오늘은 어쩐 일이야? 안 바빠?”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 대충 건넨 질문인데 박도하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 이에 그녀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뭔데?” “우리 오늘 결혼 3주년 기념일이야.” 진짜 잊은 그녀의 모습에 박도하는 마음이 씁쓸했지만 요즘 일련의 일들이 발생한지라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았다. “레스토랑 예약했어. 이따 나가서 먹자.” 차윤서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제 막 이혼 수속을 마쳤겠다,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좀 있으면 떠나야 하니 이 남자에게도 이혼 소식을 알릴 때가 되었다. 예약한 레스토랑에 도착한 후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는데 또 송이나가 보내온 문자였다. [오늘 두 사람 결혼기념일이죠? 마침 나도 오늘 도하한테 터놓고 말하려고요. 이제 그만 도하 마음 받아줄 때가 된 것 같아요. 내 고백을 들으면 도하가 과연 어떻게 나올까요? 당장 윤서 씨를 집에서 내쫓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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