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예리한 질문과 음침한 눈빛에 송이나는 가슴이 움찔거렸지만 곧장 정신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었다.
“알면 또 뭐요? 도하가 나 좋아하는 거 알아요. 그래도 끝까지 안 받아줬어요. 사랑하지만 갖지 못하는 그 간절함이 좋았거든요. 항상 나를 마음에 새겨뒀잖아요. 엄청 높은 자리에 있는 박도하가 종일 내 마음 차지하려고 꽁무니 쫓아다니는 거 재미있지 않아요? 나 말고 누가 또 그렇게 하겠어요?”
“물론 모든 일은 도가 지나치면 안 되죠. 그래서 이만 도하 마음 받아주려고요. 내가 일단 고백을 받아주기만 하면 도하가 윤서 씨한테 어떻게 할 것 같아요? 당장 이혼하고 쓰레기 버리듯 내다 버리는 건 아니겠죠?”
“그렇군요.”
잔뜩 도발하는 그녀의 말투에도 차윤서는 덤덤하게 대답할 뿐 자리를 떠나려 했다.
가차 없이 무시당한 송이나는 발끈해서 그녀의 손목을 잡으려 했지만 차윤서가 더 빨리 피했다. 송이나는 손목을 못 잡고 그녀의 목에 건 목걸이를 확 잡아채더니 더러운 물건이라도 만진 것처럼 바닥에 내팽개쳤다.
“뭐야 이건!”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차윤서가 고개를 돌렸을 때 목걸이가 야외 바베큐 화로에 던져졌다.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다.
더 고민할 새도 없이 허둥지둥 화로에 달려가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도 마다한 채 손을 덥석 내밀었다.
“사모님!”
이 광경을 본 가정부가 큰소리로 외치며 말리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고 송이나도 이성을 잃고 비명을 질렀다.
“미쳤어? 그까짓 목걸이가 뭐라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차윤서는 마침내 화로에서 목걸이를 건졌다. 하지만 펜던트가 뜨거운 불씨에 변형되어 반짝거리던 재질이 시커멓게 그을렸다.
원래 모습을 잃은 목걸이가 너무 속상했던 차윤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이 목걸이는 우하준이 그녀의 성인식에 준 선물인데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녀는 다 망가진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챙기고는 싸늘한 시선으로 송이나에게 다가와 귀싸대기를 날렸다.
찰싹!
온 힘을 다해 싸대기를 날렸고 송이나가 놀란 표정으로 쳐다볼 때 여전히 화가 가시지 않아 또다시 뺨을 내리쳤다.
뺨을 두 대나 맞은 송이나는 머리가 어지럽고 분노가 차올랐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려고 했는데 차윤서가 글쎄 또 한 대 더 날렸다.
무려 세 번이나 귀싸대기를 맞은 송이나는 그대로 넋이 나갔다. 다만 차윤서는 멈출 기미가 없이 또다시 손을 올렸다. 이때 박도하가 뛰쳐나와 그녀를 확 밀쳤다.
“너 미쳤어?”
그는 괴성을 지르며 걱정된 마음에 송이나를 살펴보았지만 정작 본인에게 내동댕이쳐진 차윤서가 뒤에 있는 수영장에 빠진 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살려줘요!”
수위는 깊었고 수영을 못하는 차윤서는 갑작스럽게 빠져서 몸부림치다가 물에 사레가 걸렸다. 입과 코가 모두 꽉 막히고 고통이 온몸에 퍼져 흘렀다.
이때 가정부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었다.
“도... 도련님, 사모님이 수영 못하는 것 같아요!”
박도하는 표정이 살짝 변했지만 끝내 매정하게 돌아섰다.
“관둬요! 잘못을 반성할 때까지 건지지 말아요.”
이어서 조심스럽게 송이나를 안고 이곳을 떠났다.
아무도 구해주지 않으니 차윤서는 하마터면 질식해 죽을 뻔했다. 하지만 의식이 흐릿해질 때마다 우하준이 떠올랐다.
‘안돼! 아직 하준의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도 못 찾았는데 이대로 죽으면 안 돼!’
그녀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겨우 기어 올라왔다. 하지만 위험을 벗어난 순간 더는 버티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