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장
“아마도.”
박현우가 천천히 내뱉었다.
변수찬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씨 집안.
이다빈이 돌아오자 이은영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언니, 드디어 돌아왔네. 수능도 끝났잖아. 왜 아직도 밖에서 사는 거야?”
“너와 무슨 상관인데?”
이은영과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은 이다빈은 소파에 앉아 티테이블에서 귤을 하나 집어먹었다.
이은영은 일부러 눈을 붉히더니 나효심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
“이다빈, 은영이가 너 신경 써서 묻는데 너무 심하게 말하면 안 되지.”
이다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요. 이 교수님의 회식 룸에 들어갈 정도로 나를 신경 쓰니 정말 배짱이 좋네요.”
이은영은 깜짝 놀랐다. 나효심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이은영은 두 사람의 말을 끊으려고 했다.
“엄마, 하루 종일 바빴는데 다리 좀 두드려드릴까?”
이다빈의 얼굴에 다소 비아냥거림이 묻어났다.
“이은영, 이렇게 덮으려고? 엄마를 바보 취급하는 거야?”
“무슨 일이 있었는데? 말해봐. 알아야겠으니까.”
나효심이 이은영을 잡아끌었다. 이다빈의 말이 놀라워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이 교수 연구소가 이틀 전 기념일을 앞두고 회식 자리가 있었다는 것을 이은영이 안다. 그래서 나효심은 전화를 걸어 이은영에게 물어봤다. 그때 이은영은 이 교수의 회식 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얼버무렸다. 그런데 이다빈의 말... 그게 사실이라면 이은영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은영의 얼굴을 보니 창백한 빛이 역력했다. 나효심은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했다.
“별일 없었어요. 이 교수 연구소의 교수님들끼리 회식을 했는데 이은영이 쪼그려 앉아 문밖을 지키려다 연구소 사람들에게 들켰어요.”
이다빈은 대수롭지 않은 듯한 투로 말했다.
나효심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은영을 바라봤다.
“이게 진짜야?”
이은영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은영아, 왜 이렇게 대담해?! 운 좋게 만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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