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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장

“괜찮아. 방법이 있어.” 이은영은 결심을 굳혔다. 일이 이미 이 지경까지 되었다. 아무렴 더 나빠질 수 있겠는가?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차라리 기회를 쟁취하는 게 나았다. 운이 좋으면 이 교수님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 교수님더러 그녀를 추천하게 할 것이다. 이 교수님이 그녀에게 재능을 느끼면 분명 연구소로 데려갈 것이다. 이은영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재빨리 룸의 문을 열었다. 안은 텅 비었다. 정말 실망이다! “이상하네, 이 교수는?” “아까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조용히 떠난 것일까?” 강진성이 짐작하며 말했다. 이은영의 얼굴은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모든 희망이 빗나갔다. 그러던 중 나효심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은영아, 어때? 이 교수님을 만났어?” 나효심은 벅찬 가슴을 안고 물었다. 이은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운이 나빠 만나지 못했어.” 이다빈이 이 교수 연구소에 있는 사람들과 식사를 한 것과 관련해 나효심이나 이경환에게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이다빈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씨 집안에서 그녀의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이다빈이 연구소 사람들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가능한 한 빨리 그 꼬투리를 찾아야 했다. 말하자면 이다빈은 애초에 대학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이사를 나갔고 지금은 대학입시가 끝났는데도 아직 밖에서 살고 있다... 설마 나가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부유한 재벌에게 빌붙어 자신의 몸을 팔아 내연녀가 된 것은 아닐까! 이은영은 속으로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분석대로라면 이다빈도 곧 끝장이다. 이다빈이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언니가 오랫동안 안 왔어. 와서 같이 밥이나 먹자고 해.” “네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잊어버릴 뻔했어. 이 계집애는 대학입시가 다 끝났는데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야?” “언니가 돌아오면 알잖아.” “응...” 박현우와 약속한 약혼 기한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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