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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여자의 아름다운 용모를 본 순간 잔잔하게 물결치던 깊은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스쳐 지났다. 외모뿐만 아니라 아우라도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가 방금 한 말은... “풉! 하하!” 성도섭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 생각보다 꽤 유머러스하네? 할아버지께 이 차를 선물했다고? 웃겨 죽겠어. 여태껏 내가 들었던 농담 중에 제일 웃긴 농담이야.” “안 믿는다고요?” 이다빈은 구구절절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사실만 말하고 싶었다. 처음에 농담 삼아 듣기만 하던 성도섭은 이다빈의 진지한 모습에 점점 불쾌한 느낌을 받았다. 이다빈이 거짓말을 끝까지 하려 하는 기세에 그녀에 대한 인상도 안 좋아졌다. “이게 무슨 차인지 알아? 그런데 네가 선물했다고?” ‘네가 선물할 능력은 되고?’ 뒤에 말을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분명 알아들었을 것이다. 이다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차는 3년 전 메르데스에서 발매된 것이죠. 전 세계 10대밖에 없을 거예요.” 당시 그 해외 재벌 집 큰손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성도섭은 눈을 부릅떴다. ‘얘가 어떻게 알고 있지? 알면서도 본인이 직접 선물했다고 하는 거야? 정말 어이가 없네.’ 박씨 할아버지처럼 명석한 사람이 허풍 치기 좋아하는 이런 여자를 선택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여자를 손자며느리로 삼으려 한 것인지… 박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성도섭은 더 이상 이다빈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곧 차는 박씨 가문의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 “도착했어.” 박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이다빈에게 한마디 했다. “네.” 이다빈은 문을 잡아당겨 차에서 내렸다. 성도섭은 차에서 내리려는 박현우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현우야, 내가 오지랖이 넓은 거 아는데 이 여자는 아닌 것 같아. 이번에는 확실히 할아버지가 사람을 잘 못 보셨어.” 박현우는 조금 전의 말을 다시 한번 되뇌었다. “말했잖아. 나와는 상관없는 여자라고.” 박현우가 이다빈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자 성도섭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찌감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호국은 이다빈을 보자 순식간에 눈빛이 반짝였다. “계집애야! 드디어 왔구나. 그러고 보니 아직 우리 집에 와본 적도 없네. 어때? 우리 집 별장 괜찮지?” 이다빈은 고개를 옆으로 갸웃하며 별장 안을 들여다봤다. 호화로운 거실에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고 값비싼 가죽 소파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발아래에 있는 타일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티가 났다. “확실히 괜찮은 것 같아요.” “괜찮으면 나중에 여기서 살아. 내 손자며느리가 되어 떡두꺼비 같은 손자 하나만 안겨다오. 아니야, 모자라. 하나로는 부족하지. 적어도 세 명, 다섯 명, 어디 보자… 그래도 적당히 해야 되니까 그래! 일곱 명으로 하자!” 그 말에 성도섭은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할아버지, 농구팀을 만드시려고요? 아니다. 축구팀 만드시게요?” 기분이 좋은 박호국은 성도섭과 따질 겨를이 없었다. 얼른 이다빈의 손을 잡은 뒤 그 위에 박현우의 손을 얹었다. 두 사람은 살결이 닿자마자 얼른 피했다. 꼭 마치 같은 자석의 극들이 배척하는 것처럼 말이다. “할아버지! 여기에 데려온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지금은 아무런 감정도 없어요. 그러니까 이런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 박현우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아무런 감정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남자 좋아해? 진짜 소문이 맞는 거야? 그래서 하루 종일 성도섭 이 자식과 어울려 다니는 것이고?” “풉!” 성도섭이 마시던 물을 밖으로 내뿜었다. “할아버지, 저 억울합니다. 그건 다 헛소문이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흥! 변명 따위 듣고 싶지 않아. 앞으로 우리 손자에게서 떨어져 있어.” 성도섭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박호국이 계속 이다빈과 자신을 엮으려 하자 박현우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와 저 여자는 어울리지 않아요.” “왜 안 어울리는데?” 박현우는 곁눈질로 이다빈을 힐끗 본 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할아버지, 옛날부터 제가 도도하다고 그러셨죠? 인정합니다. 저에게는 그럴만한 자본이 있으니까요. 제가 말한 자본은 우리 집안 배경뿐만이 아닙니다. 제 개인 능력도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 다니면서 학년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고 서주대학교도 시험 안 보고 바로 들어갔죠. 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된 후에도 실적이 우수해 회사는 물론이고 집안에 큰 영예를 안겼고요. 특정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1위까지 차지했어요.” 박호국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데?” 박현우는 어두운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한번 이다빈을 쳐다본 뒤 말했다. “이 여자는 저와 어울리지 않아요.” “뭐라고?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다빈이 진짜 신분을 알고 얘기하는 거야? 다빈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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