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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장

감쪽같이 빠져나갈 수 있게 벌써 철저한 준비를 했기 때문에 용재혁이 그를 의심할 염려는 없었다. “제 계좌번호예요.” 이다빈이 계좌번호를 임엽에게 보내고 얼마 안 있어 알림이 울렸다. [고객님 계좌에 7월 18일 22시 45분경 한화 1,000,000,000,000원 입금되었습니다. 적요: 이체] 이다빈은 만족스럽게 휴대폰을 접었다. ‘정말 돈 벌기란 한결같이 쉽단 말이지.’ “반 입금했고 나머지 반은 임무를 완수하면 이체할게요.” “네. 내일 아침이면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기대할게요.” 이다빈은 집으로 돌아온 후 화장하기 시작했다. 먼저 가슴에 칼을 꽂았다. 물론 칼은 가짜였다. 또 피가 든 주머니를 터뜨려 온몸을 피투성이로 만들고 얼굴은 하얗게 칠하고 입가에 피를 묻힌 후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화장을 다 하고 나서 사진을 찍어 놓았다. 내일 아침에 이 사진을 임엽에게 보내고 나머지 1조 원을 받아내기만 하면 된다. 이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나야.” 문밖에서 들리는 나지막한 소리를 듣고 이다빈은 박현우라는 것을 알았다. “무슨 일인데요?” “주방에서 팥빙수를 만들었거든. 시원하게 먹으라고 일부러 가져왔어.” 별로 덥지 않았는데 이 말을 듣자 괜히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문이 열려 있으니 들어오세요.”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연 박현우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이다빈을 보자 깜짝 놀라며 손에 들었던 쟁반을 떨어뜨리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두 손을 떨었다. “다빈아!” 그는 쏜살같이 달려가 이다빈을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 “죽지 마! 미안해. 내가 널 지켜주지 못했어!” 이다빈은 처음에는 얼떨떨하다가 지금 자신의 모습이 박현우를 오해하게 했다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그게 아니라 제가…” “힘드니까 말하지 마.” 박현우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후 문밖에 대고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민혁아! 얼른 가서 의사를 모셔 와!” 이 소리를 듣고 떨리는 가슴으로 위층에 올라간 배민혁은 눈앞에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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