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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사부? 누구지? 모두가 의아한 얼굴로 주연희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다.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그곳에는 이다빈이 있었다. 서범준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다빈도 그날 자기를 스승으로 모시려던 여자가 지금 자기 앞에 선 주연희임을 알아봤다. “네가 어떻게? 무협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나는 너의 사부가 아니야.” 주연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다빈의 팔을 껴안고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헤헤! 사부님, 저 좀 봐주세요. 똑똑하고 영리하고 철도 들어 얌전해요. 사부님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겠다고 보장할 수 있어요. 제발요, 사부님.” 이 상황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경악을 금치 하지 못했다. 그들은 귀신이라도 본 듯 놀란 눈으로 이다빈을 바라봤다. 서범준도 굽신거리게 만든 여자가 이다빈의 환심을 사고 있다... “저… 아가씨, 왜 사부님이라고 부르세요?” 서범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주연희는 서범준을 한 번 흘겨본 후 다시 이다빈에게 구걸했다. “사부님, 제발요, 제자로 받아주신다면 꼭 말을 잘 들을게요. 시키는 거 다 할게요.” 조금 전의 태도와 너무 다른 주연희의 모습에 서범준의 체면이 완전히 구겨졌다. “말했잖아. 제자를 두고 싶지 않다고.” 이다빈이 눈살을 찌푸렸다. 귀찮아하는 것을 눈치챈 주연희는 화제를 돌렸다. “사부님, 노래 부르러 오셨어요? 우리 룸이 꽤 큰데 같이 합석하지 않을래요?” “오늘 반장 생일이야. 반장이 주인공이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이다빈은 말을 하면서 오시연을 쳐다봤다. 주연희도 오시연을 흘겨봤다. 분명 의미가 있는 눈짓이었다. 오시연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 아가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당연히 체면을 세워드려야죠.” 주연희는 헤헤 웃더니 이다빈을 향해 말했다. “사부님, 주인공이 허락했으니 이제 여기에 계시면 돼요.” “그래.” 이어 주연희는 이다빈 옆에 앉아 재잘재잘 끊임없이 지껄였다. 주인공인 오시연은 마치 벽처럼 아무런 존재감 없이 어둡게 느껴졌다. “시연아, 괜찮아?” 김민하가 관심하듯 물었다. 오시연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고개를 떨구고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는 강한 척하며 말했다. “난 괜찮아, 괜찮아, 난.” 그녀의 이런 모습에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절대 괜찮지 않다는 것을… 오시연의 친구들이 주위에서 수군거렸다. “이다빈,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오늘 시연이 생일인 거 알면서 일부러 자기가 주인공인 척!” “이다빈이 어떻게 연희 아가씨 같은 거물을 알까? 너무 이상하지 않아?” “알긴 어떻게 알아? 말 못 할 수단을 쓴 게 틀림없어. 이다빈같이 비열하고 파렴치한 놈과 동창이라니, 우리도 정말 재수 없다.” 이 말이 주연희의 귀에 들렸다. “이봐, 너희들 몇 명. 내 사부님이 아니었으면 너희들은 여기에 남지도 못했어! 사부님 덕분에 여기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주제에 감사할 줄도 모르고 뒤에서 험담까지 하다니! 도대체 낯짝이 얼마나 두꺼운 거야?” 만약 다른 사람이 그들에게 삿대질하며 욕했더라면 그들은 진작 반격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대가 주연희라서 고개를 숙인 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내 사부님이 너무한다고? 너희들이야말로 너무하네! 너희 같은 인간쓰레기들과 동창인 우리 사부님이야말로 정말 재수가 없네!” 말을 마친 주연희는 이다빈을 쳐다봤다. “사부님, 쟤네들을 모두 쫓아낼게요. 이견이 없으시죠?” 이다빈은 그림 같이 고운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이다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우리 모두 동창이야. 단지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어떻게 쫓아낼 수 있어? 너무 옹졸한 거 아니야?” 오시연이 나서서 그들을 두둔하며 이다빈과 맞섰다. 이다빈은 오시연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말 다 했어? 너도 이만 꺼져. 그리고 서범준, 너도 같이 꺼져.” 서범준과 오시연, 그리고 주위 친구들은 어이가 없어 미칠 지경이었다. “야, 너희들 귀머거리야? 우리 사부님이 모두 나가라고 하잖아! 안 들려? 내가 사람을 불러 너희들을 쫓아낼까?” 주연희가 손을 들자 경호원 몇 명이 앞으로 나왔다. 겁에 질린 서범준은 황급히 꽁무니를 뺐다. “사부님, 저 잘했죠?” 주연희는 이다빈의 칭찬을 듣고 싶었다. “덕분에 골칫거리들을 쫓아냈어. 그런데 나는 남에게 신세를 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그럼 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네?” 주연희는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우선 내 사부님께 먼저 여쭤볼게.” “사부님의 스승님이 누구인데요? 사부님이 이렇게 대단하면 사부님의 스승은 분명 더 대단하시겠죠?” “내 사부님은 성이 마 씨야, 줄곧 산에 살아.” 그 말에 주연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백 세가 넘은 마영수, 마 대가님?!” “응, 맞아. 바로 그 사람이야.” “맙소사! 마영수 대가님은 우리나라 제일의 무술 대가입니다. 어쩐지 사부님이 이렇게 대단하더라니! 대가님의 제자였군요! 마 대가님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모두 훌륭하다고 들었어요. 전부 무술 고수라고요!” 바로 이때 사부님의 메시지가 이다빈에게 도착했다. [제자를 거두는 일을 반대하지 않을게.] 진작부터 메시지 알림음을 들은 주연희는 목을 길게 빼 들고 보고 있었다. 이 메시지를 본 후, 감격에 겨워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띵. 또 새로운 메시지가 들어왔다. [둘째 사제 언니가 최근 대현으로 돌아왔으니 기회가 되면 한번 만나 봐.] 둘째 사제 언니? 이다빈은 둘째 사제 언니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사부님으로부터 둘째 사제 언니가 무술 고수이며 실력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네, 알겠습니다. 일이 끝나면 찾아뵙겠습니다.] 이렇게 이다빈은 제자를 두게 되었다. 곧이어 28일, 나노신소재의 발표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 아침 일찍, 브리핑 현장에 도착한 이다빈은 무대 뒤로 가려다가 나효심에게 불려갔다. “이다빈! 진짜 너야?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어? 설마 몰래 들어온 거야?” 말을 마친 나효심은 겁에 질린 듯 재빨리 그녀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빨리 나가. 오늘은 이 교수가 팀을 이끌고 발표회를 하는 날이야. 네가 함부로 들어와 소란을 피울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나는 정정당당하게 들어왔어요.” 이다빈은 빨리 무대 뒤쪽으로 가서 준비해야 했다. 거물급 인사들이 거의 다 모였고 수많은 기자들이 대포 카메라를 들고 브리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연구팀의 핵심 인물로서 무대에 올라 연설해야 했다. “이 녀석이, 거짓말을 안 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지? 너...” 나효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표회가 곧 시작되니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감사합니다.” 거물급 인물들이 첫 줄부터 앉기 시작하는 것을 본 나효심은 자기 가족이 여기에 있는 것 자체가 민망해 이다빈을 흘겨보았다. “거기 서서 뭐 해? 빨리 자리를 찾아 앉지 않고!” 이다빈은 눈썹을 찡그렸다. “할 일이 있어요.” “너 정말 왜 이렇게 사람 속을 썩여?” 나효심은 이다빈의 손을 덥석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 무대 위의 사회자는 계속해서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발표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이 교수님께서 무대에 올라 여러분에게 인사 몇 마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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