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장

여지안은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그녀에 아랑곳하지 않고 병이 발작한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일단 빨리 응급조치부터 취하려는데 아줌마가 우악스럽게 그녀의 팔을 홱 낚아챘다. “이 아가씨가 진짜, 사람 말 못 알아들어요?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까?! 그러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예요?” 아줌마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여지안에게 쏘아붙였다. 여지안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자 순간 깜짝 놀란 아줌마는 손을 바르르 떨며 여지안의 팔을 놓아주었다. “책임질 겁니다. 아줌마가 계속 저를 막아서 이분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아줌마가 책임지셔야겠네요.” 여지안의 말에 혹여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덜컥 겁은 먹은 그녀는 더 이상 여지안을 말리기 못했다. 여지안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여자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는 판단을 빠르게 내린 그녀는 주머니에서 알약 하나를 꺼내어 환자의 입에 넣어주었다. “지금 무슨 약을 먹인 거예요!” 아줌마가 꽥 비명을 질렀다. “여긴 병원입니다. 한 번만 더 소리 지르면 경비 아저씨 불러서 쫓아낼 테니 그런 줄 알아요.” 인내심이 바닥나버린 여지안이 고개를 돌려 경고했다. “아니, 아니... 나는 아가씨가 무슨 약을 먹인지 모르니까... 근본도 없는 약을 먹고 잘못되기라도 하면 아가씨가 사람 죽인 거나 다름없잖아요?” 아줌마는 몸을 움츠리면서도 방정맞게 입을 달싹였다. 여지안은 그녀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 여자의 상태를 살폈다. 약이 일시적인 면역반응을 일으킨 것인지 여자는 전보다 더 격렬하게 훔을 헐떡이며 몸을 떨었다. “이거 봐. 내가 뭐랬어요? 일 난다고 그랬죠? 고개 빳빳이 세우고 잘난 척하더니 지금 사람이 죽게 생겼잖아요!” 아줌마는 드디어 명분이라도 생긴 것처럼 더 기고만장하게 목청을 돋우었다. 그래, 내가 뭐랬어. 처음부터 믿음직스럽지 못하더라니, 내 말이 맞았잖아! “어머! 세상에! 말세야, 말세! 사람을 죽였어요!” 아줌마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 작정으로 아예 땅에 주저앉아 뒹굴며 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