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장

허정문은 그들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허정문이 수금하러 간 사이, 여지안은 의식이 조금 흐릿한 안서진을 보살피고 있었다. 간호사는 안서진의 상처를 처치하면서 상처 부위를 조금씩 건드렸다. 여지안은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같이 아픔을 느꼈다. 하지만 안서진은 미간조차 찌푸리지 않았다. 처치를 마친 간호사가 자리를 떴다. 여지안은 허약해진 안서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안서진 씨, 괜찮아요?” 안서진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여지안 씨, 질문이 있어요.” 여지안은 멈칫했지만 안서진이 질문이 무엇인지 짐작한 것 같았다. “허정문 씨랑 대체 무슨 사이죠?” 왜 여지안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하정문이 타이밍 맞춰 나타나는 걸까? 여지안의 정확한 위치는 어떻게 알고 오는 걸까? 왜 허정문은 여지안과 함께 술을 마시며 여지안의 기분을 풀어주는 걸까? 왜 허정문은 여지안을 누나라고 부를까? 왜 허정문은 부하처럼 모든 일에서 여지안을 따를까? 안서진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 있었다. 여지안은 안서진이 섬세하고 치밀한지라 언젠가는 이 일에 대해 의아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서진이 이처럼 직설적으로 물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제가 얘기했잖아요. 저희는 그냥 친구 사이예요. 예전에 해외에 있을 때 알게 된 사이인데, 꽤 친해요.” 여지안은 굳이 지금 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안서진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려줘요, 당신이 파이란의 대표인 거죠?” 여지안은 멈칫했다. 부정하려고 했지만 안서진은 너무 똑똑했다. 여지안은 안서진이 믿지 않을까 봐 일부러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하필 이런 사실까지 들키다니.” 여지안의 반응을 살피던 안서진은 갑자기 자기의 짐작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다. “파이란의 대표가 서진 씨의 회사에서 기꺼이 고생하며 직원으로 살고 있다면 뿌듯하겠어요, 안 대표님?” 여지안은 손을 내저어 보이며 말했다. “제가 한 말, 믿을 수 있겠어요? 저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