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

그 소리에 생각에 잠겼던 여지안은 정신을 차렸다.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안서진을 바라보자 여지안은 심란해졌다. “왜 그래요?” 술을 마신 안서진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그의 눈빛은 전보다 훨씬 그윽해진 것 같았다. “여지안 씨, 혹시 항진이를 좋아해요?” 여지안은 안서진의 질문에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왜 제가 안항진 씨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안서진은 여지안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항진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왜 함께 광고 촬영도 하고 항진이의 마음을 거절하지도 않는 거죠? 그리고......” 안서진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는 듯 했고 눈빛도 더 그윽해졌다. 여지안은 안서진의 어깨를 다독이며 덤덤히 말했다. “안서진 씨, 지금 취했어요.” 취했다는 말에 안서진은 술이 조금 깨는 것 같았다. 안서진은 뒤로 살짝 물러서며 말했다. “안 취했어요. 그냥 지안 씨한테 항진이랑 사귀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지난 번의 일을 교훈으로 여겨야죠.” 여지안은 몇 개월 전의 일이 떠올랐다. 여지안은 화장실에서 사생팬에게 감금당했고 폭행까지 당했다. 잔뜩 일그러졌던 사생팬의 얼굴이 떠오르자 여지안은 소름이 쫙 돋았다. 다행히 여지안은 안항진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안항진의 강대한 팬덤이나 사생팬들은 여지안을 절대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다. “알겠어요.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저는 정말 안항진 씨한테 감정이 없어요.” 여지안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다른 일 없으면 먼저 자러 갈게요.”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다. 안서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여지안은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안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지안의 말에 수긍하는 것 같았다. “얼른 자요, 굿나잇.” 여지안은 안서진에게 인사한 뒤, 방으로 냉큼 들어갔다. 이튿날 회사에 출근했지만 안서진은 평소처럼 여지안을 사무실로 불러 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