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장

그녀는 여지안에게 증거가 있다는 말을 당연히 믿지 않았다. ‘분명 이 기회를 틈타 나를 위협하려는 걸 거야.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려고.’ ‘절대 어림없지!’ 여지안이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내가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나를 탓하지 말아요." 임여울은 오만하게 턱을 치켜든 채 그녀에게 무슨 방법이 있는지 지켜보았다. 여지안이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플레이어를 누르자 갑자기 임여울의 기세 드높은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 "여지안 씨, 당신이 나를 안성 그룹에서 나가게 했다고 내가 다시 일어설수 없으리라 생각하지 마요. 어디 딱 기다려요. 조만간 내가 당신이 그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 "내가 안성 그룹에서 해고당하고 나서, 더 이상 나를 원하는 회사가 없었어. 이 모든 게 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나를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게 했으니, 내가 반드시 두 배로 갚아줄 거야...." "그래, 바로 당신을 때리려 했어...." 말하는 소리뿐만 아니라 시끄러운 소리랑 발소리도 함께 들려왔는데, 아무리 들어봐도 임여울이 먼저 고의로 상해를 입히려 한 상황이었다. "경찰관님, 이 내용을 들어보면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리라 생각해요. 제가 고의로 임여울 씨를 다치게 한 것이 아니라 임여울 씨가 먼저 제게 손을 댔어요. 저는 그저 정당방위를 했을 뿐이에요." 여지안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녹음된 파일의 내용을 들을 때마다 임여울의 얼굴색이 점점 더 창백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여지안이 어떻게 내가 손찌검을 하려는 것을 알고 미리 녹음을 할 수가 있지?’ "당신, 나를 모함하려는 거지? 당신이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해, 그 기회를 틈타 녹음한 뒤에 나를 모함하려고 하잖아!" 임여울은 순식간에 속으로 상황파악을 마치고는 그녀를 악독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여지안은 오히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개의치 않으며 입꼬리를 끌어 올려 웃으면서 말했다. "방금 임여울 씨가 뭐라고 했죠? 제 성을 따르겠다고요? 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제 성씨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