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장
이튿날 아침, 여지안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손으로 휴대폰을 더듬어 확인해 보니 허정문에게서 수백 통이 넘는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그녀는 허정문에게 안심하라는 문자를 보내고 나서 어젯밤의 기억을 천천히 더듬어보았다.
안서진을 만나고 개겼던 것까지 기억이 나는데... 그러고 나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지안은 한참 동안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 결국 포기한 그녀는 간단하게 세수한 뒤 회사로 출근했다.
비록 여우 같은 면이 있긴 해도 본업은 잘해내는 방지아였다. 그녀의 신분과 더불어 그녀가 기획한 참신하고 유니크한 방식의 인테리어 배치는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다들 그만 칭찬하세요. 제가 한 건 별로 없어요. 다 서진이가 손수 가르친 거예요. 저는 그저 살짝 숟가락만 얹었어요.”
방지아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손을 내저으며 설명했다. 주위 사람들은 수줍어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녀가 원하는 대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떠들어주었다.
“방 팀장님 대표님이랑 죽마고우 맞으시죠? 대표님이 팀장님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드라마에서나 보던 커플이 현실에도 있었다니! 정말 부러워요. 팀장님.”
여지안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애써 무시하며 그녀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잡담은 어김없이 그녀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때 누군가 때아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대표님의 약혼녀는 여지안 씨 아니에요? 만약에 여지안 씨가 대표님을 선택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계속되는 아부에 화색이 만면했던 방지아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래도 이미지를 위해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어본다.
“여지안 씨는 서진이 안 좋아해요. 지난번에 여지안 씨가 직접 저한테 했던 말이라,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여지안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방지아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모습에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방지아 씨, 함부로 입을 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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