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회사의 일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뭐 문제 있어?”
안서진이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
또다시 거절당한 방지아는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고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방지아가 떠난 뒤 흐느껴 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여지안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죽마고우한테 너무 매몰차게 대하는 거 아니에요? 꽤나 서럽게 울던데.”
“기획안이나 보시죠.”
안서진이 그녀를 힐끗 흘기며 대답했다.
“역시 안시진 씨 말이 맞았어요. 안서진 씨가 피도 눈물도 없는 워커홀릭이라는 말.”
여지안이 조용히 키득거렸다.
안서진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머리를 숙인 채 기획안을 골똘히 바라보았다. 마침 따사로운 햇볕이 그의 얼굴로 살포시 내려앉자 은은한 역광 사이로 여지안은 깊이 있는 그의 눈빛을 보아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기획안을 다 수정했을 때엔 벌써 오후 세기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꼬르륵.
여지안의 뱃속에서 밥 달라는 아우성이 조용한 분위기를 깼다.
“밥 먹으러 갑시다.”
안서진은 기획안을 내려놓으며 눈썹을 들썩였다.
두 사람은 간단하게 테이블을 정리한 뒤 밖으로 나가다가 우연히 회사로 돌아오는 방지아와 마주쳤다.
여지안이 그녀를 향해 생긋 웃어 보이자 안 그래도 부어있던 눈시울이 더욱 붉어지더니 손으로 빠르게 눈물을 훔치며 회사로 달려들어갔다.
방지아와의 에피소드는 두 사람의 기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안서진은 그녀를 데리고 단골 국숫집으로 가서 라면 2인분을 주문했다.
“안씨 가문의 큰 도련님께서 이런 음식을 드시다니, 의외네요.”
여지안이 젓가락을 앙 물며 싱긋 웃었다.
라면을 먹더라도 우아한 기품이 철철 흘러넘치는 안서진이 면을 한입 베어 물고는 담담하게 물었다.
“그럼 여지안 씨는 제가 평소에 어떤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양식, 일식?”
“그냥, 좀 뜻밖이어서요. 재벌가의 큰 도련님도 이런 인간미 넘치는 음식을 먹는구나 하고요.”
장난스레 키득거리던 여지안의 눈빛이 갑자기 촉촉해졌다.
“저도 엄청 좋아하거든요. 어릴 적에는 거의 매일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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