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그가 탄 것은 첫 번째 차량이었고 그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첫째 안서진이었다. 현재 차 안에는 오직 둘 뿐이었다. 여지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그녀는 여준안과 이 작은 마을에서 몇 년이나 생활하다 두달 전, 여준안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떠나기 전의 그의 소원은 바로 여지안에게 좋은 집이 생기는 것이었다. 여지안은 아버지가 친구인 안해천과 혼인을 약속했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비록 지금까지는 그 약속을 거부했지만 아버지의 유언이 마음에 걸렸던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안씨 가문으로 향했다. 그렇게 조용하게 차는 강성으로 향했고 끝내는 유럽풍의 별장 문 앞에 멈춰섰다. 여지안은 차에서 내린 뒤 다섯 명과 함께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소파 위에 고귀해보이는 귀부인이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안명진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불만부터 털어놓았다. “엄마! 저희 돌아왔어요!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이서연은 다섯 아들을 살펴보다 배시시 웃으며 아주머니에게 마실 것을 준비하라고 한 뒤 마지막에 들어온 여지안을 쳐다봤다. 이서연은 여지안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여지안은 못생기고 뚱뚱하던 사진과는 달리 오히려 예쁜 편이었다. 이서연은 코웃음을 치며 조롱했다. “네가 여지안이지? 우리 안씨 가문에 시집 오겠다고 성형까지 하다니, 정말 공을 많이 들였구나.” 이 결혼은 당시에 안해천이 정한 것으로 온 안씨 가문 사람 중에 여지안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무도 안해천의 고집을 이기지 못했다. “아주머니, 저 성형 안 했어요.” 이서연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다 집사가 차에서 여지안의 짐을 가지고 들어오자 대뜸 입을 열었다. “이 집사, 그 캐리어 열어서 검사해봐.” 여지안의 두 눈에 시린 한기가 스쳤다. “아주머니, 이건 제 물건이에요.” “나도 알아, 네 건 거. 그래서 검사해 보겠다는 거야. 넌 시골에서 왔잖니. 무슨 더럽고 위험한 걸 가져왔다면 우리 안씨 가문에 가져왔을 수도 있잖아.” 말을 마친 이서연은 이 집사에게 눈짓했다. 안씨 가문의 다섯 남자는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있었고 그 누구도 여지안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등장에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집사가 손을 대려고 할 때, 여지안이 단박에 상자를 빼앗아왔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 “제 물건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요.” 이서연은 화가 난 얼굴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 역시 무슨 이상한 거라도 가져온 건 가 봐? 뭘 가지고 왔는지 꽉 봐야겠어.” 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경호원을 불렀다. 경호원 네 다섯명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다른 사람들도 휴대폰을 내려놓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여지안이 당황하고 물러설 줄 알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오히려 담담하기만 했다. 그리고 경호원이 막 손을 들어 여지안의 캐리어를 빼앗으려는데 입구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울렸다. “멈처.” 안해천이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황급히 다가와 여지안을 보며 다정하게 안부를 물었다. “지안아, 괜찮니? 미안하구나. 아저씨가 회사에 회의가 있는 바람에 이제야 왔어.” “괜찮아요, 아저씨.” 여지안은 고개를 저었다. 안해천은 이서연을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지안이가 집에 오자마자 이렇게 대하는 거야?” “허,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난 그냥 뭐 이상한 거라도 가져오지 않았나 보려던 것 뿐이야!” 이서연은 짜증 섞인 눈빛으로 여지안을 쳐다보다가 더는 싸우고 싶지 않아 곧바로 위층으로 향했다. 안해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구나, 지안아. 아주머니가 너한테 오해가 좀 있나 봐. 아저씨가 잘 설명해 줄게.” 여지안은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자신에게 편견을 가졌던 사람은 많고도 많았다. 안해천은 집안의 경호원과 고용인들에게 말을 하는 것이 보였다. “앞으로 지안이는 여기서 지내게 될 거야. 그 누구도 지안이에게 불손하게 대해서는 안 돼.” 안해천은 이내 고개를 돌려 소파에 앉은 다섯 아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너희들도 지안이를 괴롭히지 말고, 지안이가 괴롭히는 걸 보고만 있지도 마.” 다섯 사람은 모두 침묵했다. 안해천은 왜 저렇게 여지안을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