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7화 소남을 전혀 생각해주지 않는다

장인숙이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다는 소문은 이미 A시에 자자했다. 문 노인은 평소에 재벌 집 사모님들과 별로 접촉할 일이 없었지만,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현재 문씨 집안이 큰 재벌이 된 것은 하루아침에 그냥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다. 문 노인은 젊은 시절, 강인한 정신력으로 재산을 모으기에 힘썼고 많은 고생 끝에 오늘 같은 문씨 집안을 일구어 낼 수 있었다. 그는 돈 한푼 쓰는 것도 아까워하며 살았기 때문에, 지금도 역시 근검 절약하는 습관이 배어 있었다. 비록 가끔 비싼 옷을 사기는 했지만 한 번 사면 그만큼 오랫동안 입었다. 문 노인은 한 집안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옷차림에 신경을 쓰면서도 절대 낭비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인숙은 현재 그의 삶의 방향과 정반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현재 따로 나가 살고 있긴 하지만, 그녀가 쓰는 돈은 모두 문 씨 집안의 돈이었다. 채은서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장인숙을 바라보며 문 노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렇게 맛없으면 네 집에 가서 먹도록 해!” 문 노인은 소리를 질렀다. 그는 날이 갈수록 장인숙에 대한 불만이 커져만 갔다. 그녀는 문씨 집안의 며느리면서 이사를 나간 후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은 문소남이 고택에 오늘 날 뿐이었다. 사실, 문 노인은 장인숙이 고택에 오든, 오지 않든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돈을 헤프게 쓰면서 문씨 가문의 명성에 오점을 남기고 있었다. 문소남의 어머니로서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장인숙은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장인숙이 문소남을 낳지만 않았어도, 문 노인은 벌써 그녀와 관계를 끊었을 것이었다. 장인숙은 문 노인의 호통에 도리어 화가 났다. ‘내가 요즘 미용에 신경 쓰느라 바빠서 잘 찾아 뵙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내게 차갑게 대하다니!’ ‘분명히 채은서가 아버님에게 내 험담을 늘어놓았을 거야!’ ‘아마 내 생각이 맞을 거야. 그동안 난 우리 소남이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