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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한 식구처럼

원아는 문소남이 두 아이를 데리고 ‘라이프’같은 영화를 보러 갔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그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친구나 회사 동료들이 SNS에 올린 것들을 봤다. 다들 영화의 어떤 장면이 무섭고, 피비린내 나며, 심지어는 역겹다고 말하고 있었다. 원아는 문소남을 한 번 흘겨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데리고 저택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원원이는 원아의 어깨에 나른하게 엎드려 있다가, 문소남 옆을 지나갈 때 고개를 들고 입을 삐죽거리며 아빠를 노려보았다. 대단한 뒷배를 얻은 듯한 그 모습에 문소남은 어이가 없었다. “…….” 장인숙은 2층 테라스에 서서 보기 흉한 얼굴로 아래층 대문 앞에서 벌어진 장면을 다 지켜보았다. 소남이를 멀리하라고 했는데, 어째서 또 만나고 있는 거지? 정말 뻔뻔하네! 아예 한 가족 같은 모습이다! 장인숙은 화가 났지만, 얼굴 표정을 가다듬은 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정원의 두 노인도 입구의 정경을 보았다. 문 어르신은 흐뭇한 표정으로 감개무량하게 말했다. “저는 이런 날을 고대하며, 꼬박 오 년을 기다렸습니다!” “이 나이가 되면 다들 자손들의 행복을 바라지만, 쉽지 않죠.” 원 씨 할아버지는 마지막 바둑돌을 올려놓으며, 문 어르신의 흰 돌을 상당 부분 잡아먹었다. 바둑에서 졌지만, 문 어르신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방금 입구의 그 장면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원아는 집에 들어오기도 전에 원원이를 안아 올렸고, 아이는 오랫동안 출장을 갔던 엄마가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원아에게 착 달라붙어 아빠가 한 나쁜 짓을 일러바치고 있었다. 엄숙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있던 문소남은 어느새 한 집안의 가장다운 위엄은 사라지고, 마치 아내와 자식에게 잘못을 뉘우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원아 왔구나.” 장인숙이 아래층으로 내려와 상냥하게 웃으며 원아를 맞이했다. 원아가 갑자기 멈춰 섰다. 장인숙은 두 노인 쪽을 한 번 본 다음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원아에게 말했다. “잠깐 와 볼래? 너한테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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