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2화 문소남은 그녀에 대한 사랑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문 노인은 냉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재에 가서 얘기하자.”
원아는 걸음을 멈추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님은 여전히 나를 좋게 보지 않으시나 봐. 내 앞에서는 이야기도 하기 싫어하시는 걸 보니 서재에서 좋은 말을 하진 않으실 거야.’
그녀는 아이의 손을 잡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소남은 아내와 아이를 한 번 쳐다본 후, 문 노인과 위층으로 올라갔다.
서재로 들어가니, 책상 위에 바둑을 두다 만 흔적이 있었는데, 아직 몇 수가 더 남아있었다.
문 노인은 소남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혼자 바둑을 두었다.
“회사는 괜찮아?”
“네, 별 일 없어요.”
소남은 외투에서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 파일을 찾았다.
“오늘 할아버지께 동영상 하나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왔어요.”
문 노인은 바둑을 두던 손을 멈추고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영상인데?”
소남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깊은 두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배어 있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장나라가 마음에 드세요?”
문 노인은 손자의 눈에 숨어 있는 깊은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고개를 저으며 기침을 했다.
“나는 장나라를 좋아하지 않아. 소남아, 나는 단지 우리 회사가 더 잘되기를 바랄 뿐이야. 지금 문씨 집안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너만 보고 있어. 또, A시의 많은 사람이 T그룹을 통해 뭔가를 얻기를 원해. 이 모든 것은 너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일이야. 만약 장씨 집안이 도와준다면 네가 훨씬 편할 거야.”
문 노인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손자 며느리가 누가 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인품이 좋은 여자가 문소남과 함께 하며 그를 도울 수 있다면 찬성이었다.
문 노인은 오랜 세월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문소남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 역시 사람일 뿐이었다. 빈틈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뿐더러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언젠가는 퇴락의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었다. 문 노인이 원하는 것은 그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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