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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악마의 아이를 가졌다

임씨 저택. 정원 안은 흐릿한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빽빽한 푸른 나무 아래, 흰색 철제 테이블 위에 놓인 주전자에서 차 향기가 풍겨 났다. 옆 테이블 위에 놓인 꽃바구니에는 다과가 담겨 있었다. 임문정은 아내가 우아한 모습으로 흰 등나무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차를 마시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렇게 크고 고요한 공간 전체가 그들 둘만의 것이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젊었을 때 모습이 생각났다. 마치 시간이 그때로 다시 돌아가 멈춘 것 같았다. 그는 마음이 매우 편안했다. 더는 정치계의 음모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짜증나게 만드는 일도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조용히 주희진을 바라보고 있자니 속세와 분리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그는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지도, 보호해주지도 못했다. 그래서 귀여운 딸을 20년간 잃어버린 채로 살아왔다. 아내는 보육원에서 입양한 임영은을 보물처럼 애지중지 여기며 사랑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배은망덕한 아이를 키운 것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렸다. 만약, 그녀가 임영은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다면, 아마 큰 충격을 받을 것이 뻔했다. 아내는 우울증이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기에 이야기를 꺼내기가 망설여졌다. 그러나 순진한 아내가 그 아이에게 계속 속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남편의 모습에 주희진이 먼저 물었다. “여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요?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왜 계속 한숨만 쉬고 있는 거예요? 평소 당신 답지 않게.” 임문정은 탁자 위에 찻잔을 올려놓고 시선은 바닥을 향한 채 물었다. “여보, 우리 두 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주희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둘 다 너무 예쁘죠. 원아는 얌전하고 온화하며 훌륭한 아이예요. 우리의 자랑이죠. 원아는 우리 부부의 좋은 점만 물려 받은 것 같아요. 빛나는 보석 같은 그 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밝게 빛날 거예요.” “그리고 영은 그 아이는, 비록 우리가 낳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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