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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시위하는 듯한 눈빛

원아는 카페에서 나온 뒤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옆에 위치한 상가건물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입힐 옷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최근에 너무 바빠 아이들과 함께 있을 시간이 거의 없어 미안한 마음이 컸다. 원아는 쌍둥이와 헨리의 옷을 구매하고서 커다란 쇼핑백 두 개를 들고 나왔다. 한 아동복 가게에 지날 때였다. 원아는 가게 안에 공주 스타일의 분홍색 원피스가 걸려있는 것을 보고 주소은의 딸을 떠올렸다. 색깔이나 소재, 스타일이 모두 좋아 보였다. 소은은 가끔 자기 아이들을 위해 옷이나 장난감 등을 보내왔다. 원아는 이 참에 소은에게 진 빚을 갚고 싶었다. 원아는 서둘러 가게로 들어가면서 누군가와 부딪치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차가운 목소리의 남자가 먼저 사과를 했다. 원아는 어딘지 낯익은 목소리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부딪친 자리가 아파와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는 무의식 중에 고개를 들었고 매혹적이면서도 사악한 눈동자와 마주했다. 장정안이었다! 그를 보는 순간 원아는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본능적으로 온몸의 세포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장정안 역시 원아를 보고 멍한 얼굴이 되었다. 비록 같은 도시에 있기는 하지만, A시는 넓어 이렇게 만날 확률이 크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여기서 원아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잖아도 그는 매일 원아와 만날 날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막상 그녀를 만나고 보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원아는 심장이 경련을 일으키듯 떨리며 목소리까지 떨렸다. “A시가 너무 작은가 봐요.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어요.” 비록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원아는 그가 자신에게 준 상처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면 그에게 당했던 모욕이 떠올라 어떻게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장정안은 원아가 자신을 경계하며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호흡이 흐트러졌다. “A시가 생각보다 작은 가봐. 넌…… 요즘 어떻게 지내?” 그는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원아를 바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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