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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내 조건이 원아와 이혼하라는 것이라면

하지윤이 대표실에 들어가자마자, 옆으로 돌아앉아 있는 문소남을 보았다. 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우아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그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있어서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소남은 한손으로는 서류를 뒤적였고 다른 손에는 커피잔을 들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하지윤의 발자국 소리를 들은 듯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마침 정오라 한창 화창할 때였다. 80 층 높이의 사무실에는 햇빛이 더욱 잘 들었다. 은은한 금빛 햇살이 긴 창문을 지나 그의 몸 위로 떨어졌고, 그러잖아도 완벽한 그의 이목구비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하지윤은 오랫동안 그를 봐왔지만,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그를 불렀다. “대표님.” 사실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그를 ‘소남 씨’라고 다정하게 불러보는 것이 그녀의 소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선을 넘을 수는 없었다. “왔습니까?” 소남은 고개도 들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곧이어 그는 앙증맞은 하지윤의 목소리를 들었다. “문 대표님, 이번 달 사업 계획서입니다. 그리고 새로 확장된 고객 자료, 그리고…… 저의 사직서입니다.” 그녀는 소남의 책상 위에 자료를 올려놓고 조용히 서 있었다. 하지윤은 얌전하고 유순한 태도를 보이며 평소 여장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소남은 마침내 고개를 들고 하지윤을 바라봤다. 이전에 그녀는 항상 아름다운 파마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몸에 꼭 맞는 정장과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해도 위풍당당한 느낌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보헤미안 스타일의 플라워 스커트를 입고 부드러운 생머리에 앞머리까지 내렸다. 심지어 메이크업까지 요즘 유행하는 달콤한 스타일로 바꿨다. 언뜻 보니 그녀는 10살 가까이 젊어진 모습으로 마치 갓 직장에 들어온 풋풋한 여대생 같았다. 소남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하지윤이 건네준 사업 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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