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9화 엄마가 너무 부족한 건 아닐까
원아는 모스크바는 처음이었다.
이곳의 풍토와 건축양식은 아시아나 유럽과 확연히 달랐다. 비늘처럼 늘어선 점포와 고급 호텔 그리고 부자 주택 역시 모두 각자의 특색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전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건축설계사인 원아는 틀림없이 흥분해서 카메라를 잡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 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 특색 있는 건물들을 바라보면서도 아무런 감동이나 느낌이 없었다. 단지 가능한 한 빨리 이 도시에서 그를 찾고 싶을 뿐이었다.
……
남궁산은 원아를 데리고 5성급 호화로운 호텔에 도착했고, 레이가 직접 원아 일행을 접대했다.
원아는 레이를 처음 보고, 그의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그는 잘 생겼지만 사악한 느낌이었다. 특히, 푸른 눈동자가 더욱 그랬다. 평범한 옷을 입고 있음에도 그 기운은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했다. 원아는 그렇게 잔혹하고 차가운 기운은 송현욱에게서 한 번 느낀 적이 있었다.
또, 무엇보다 원아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비비안과 레이가 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닮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눈동자가 비슷하고, 레이가 비비안을 지나치게 아끼는 태도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이 친남매 일거라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레이가 입을 열었다.
“처음 원아 형수님을 뵙지만, 소남 형은 역시 복이 많습니다. 형수님처럼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했으니까요. 제가 오늘 특별히 형수님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는데, 형수님의 입맛에 맞기를 바랍니다.”
레이는 원아를 보고 의아한 얼굴이었지만, 예의를 갖추어 말했다.
그는 문소남처럼 강하고 포악한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은 매혹적인 ‘장미’나 매운 ‘고추’와 같은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청순하고 우아한 ‘매화’였다.
이 여자는 보기에 온화하고 연약하며 점잖았다. 외모는 뛰어났지만 문소남처럼 상업계에서 싸울 사람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서연은 원아에게 레이의 말을 번역해 주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유창하고 표준적인 러시아어가 흘러나와 듣기에 좋았다. 만약 얼굴을 보지 않고 듣는다면, 러시아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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