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2화 마치 엄마가 딸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원아는 장정안과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그가 어서 자리를 비켜주길 바라는 뜻을 은근히 내비쳤지만, 그는 모르는 척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옆에 있던 이연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원아의 체면을 생각해 차마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되던 찰나! 귀에 거슬리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내가 오빠를 얼마나 찾았는데. 그런데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오빠 정말 너무해요. 다시는 이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해놓고선 지금 이게 뭐예요?” 원아는 굳은 얼굴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이미경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도도한 모습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장정안은 그녀를 보는 순간, 안색이 변했다. 그는 짜증이 나면서 혐오감마저 일어나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미경은 곧장 자리에 앉더니 장정안의 팔짱을 꼈다. 그리고는 원아를 보며 자랑하듯 큰 소리로 말했다. “정안 오빠, 오늘은 우리 두 집안이 약혼을 의논하려고 모인 좋은 날이잖아요. 다들 기다리고 계시니 그만 돌아가요.” 장정안은 불쾌한 표정으로 그녀를 뿌리쳤다. “이미경, 그만해. 누가 너랑 약혼한다고 했어? 난 너랑 약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 이미경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오빠……. 지금 농담하는 거죠? 이제 와서 결혼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그러면 그동안 내가 오빠에게 바친 정성은 뭐가 되는 거예요? 제멋대로인 성질만 고치면, 나와 잘살아 보겠다고 말했잖아요? 나는 오빠를 위해 노력했는데 갑자기 왜 변한 거예요? 오빠도 분명히 나에게 관심이 있었던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동안 내가 했던 모든 일을 눈감아 줬어요? 네?” 장정안은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는 이미경과 우아하게 앉아 있는 원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는 오랫동안 억눌렸던 마음이 폭발했다. 그는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미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네 모습을 좀 봐. 대체 어디가 변했다는 거야? 네가 무슨 착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