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6화 오늘 내가 한 말을 잊지 마

밤 11시가 되자, 임 지사 부부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들의 생활 패턴은 늘 일정했다. 임영은은 고급스럽게 꾸며진 핑크빛 방에서 마치 공주라도 된 듯 꽃잎이 띄워진 욕조에 발을 담갔다. 그녀는 안수지를 손짓하며 불렀다. “이리 와. 발 좀 씻겨 줘!” 안수지는 표정 없는 얼굴로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영은은 웃으며 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안수지는 영은이 발을 담그고 있던 물을 그녀의 몸에 힘껏 뿌렸다. “발을 씻기라고? 너,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래라 저래라야?” 영은은 난데없이 물벼락을 맞고는 황당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영은은 화가 치밀어 올라 안수지의 머리카락을 매섭게 잡아챘다. “네가 감히 발 씻는 물을 나한테 끼얹어?” 영은은 무자비하게 그녀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안수지는 잡힌 머리를 빼내려 하면 할수록 두피가 화끈거리며 아파왔다. 영은은 거만한 모습으로 서서, 마치 쓰레기라도 보듯 안수지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우리 임씨 집안의 대문에 들어섰다고 해서 진짜 딸이라도 된 것 같아? 네 신분을 똑똑히 기억해! 너는 단지 내 발을 씻기는 가정부에 불과 하단 걸 말이야!” 안수지는 더는 참지 못하고 반격을 시작했다. 그녀는 임씨 집안에서 오랫동안 응석받이로 자라온 영은보다는 훨씬 힘이 셌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영은의 겨드랑이 사이에 넣고는 힘껏 비틀었다. “네가 감히!” 영은은 비명을 지르며 자기도 모르게 쥐고 있던 안수지의 머리카락을 놓았다. 그녀는 기회를 틈타 영은의 아랫배를 힘껏 걷어찼다. “그래, 네 말대로 난 임씨 집안 딸이 아니야. 하지만 너도 양녀니까 마찬가지 아냐? 우리는 둘 다 똑같아. 난 네 그 잘난 우월감이 어디서부터 온 건지 도무지 모르겠어. 넌 네가 좋은 여자라고 생각하나 보지? 하지만 넌 겉으로는 얌전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방탕한 여자잖아?” 영은은 걷어차인 배가 아픈 것도 잊은 채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자기 앞에서 굽신 거리던 안수지가 갑자기 확 변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안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