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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그가 나를 믿기만 하면 돼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원아는 자기가 있는 곳이 낯선 장소라는 것을 알아챘다. 넓은 방에는 커다란 창이 있어 창밖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바다를 연상케 하는 벚꽃을 바라보던 원아는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물이 오른 벚나무는 하얀 꽃을 잔뜩 피웠다. 언젠가 소남과 함께 갔던 복사나무 숲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문득, 어제 일이 기억났다. 원아는 많은 사람 앞에서 문씨 집안의 체면을 떨어뜨렸다. 문씨 일가에게 미움을 샀을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와 고모도 실망하게 했다. 그들은 자신을 철없다고 생각할지 몰랐다. 하지만 원아도 어쩔 수 없었다. 그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연이었다. 전화를 받자, 걱정스러운 이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오늘 SNS 봤어? 인플루언서들이 다들 똑같은 글을 올렸어. 네 카톡에 링크 보내놨으니까 한번 봐. 제기랄, 어떤 양심 없는 놈들이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지 모르겠어. 일단 빨리 봐!” 원아는 이연과 통화를 하면서 카톡을 열었다. “그래, 볼게.” 제목만 봐도 충격적인 글이 눈앞에 나타났다. [여직원의 추악한 두 얼굴, 사람들 앞에서 들통나! 산산이 깨진 재벌가 며느리의 꿈!] 원아는 떨리는 손으로 링크를 눌렀다. 인터넷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면서 본문 내용은 계속 로딩 중이었다. 원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내용을 보고 나서 다시 전화할게.” “그래, 자세히 봐. 너무 흥분하진 말고. 너랑 배 속의 아이가 제일 중요하니까. 알았지?” 이연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원아는 본문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글은 어제 약혼식에서 원아가 대중 앞에서 파혼하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글쓴이는 원아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대신에 ‘원씨’로 대체했지만, 누가 봐도 그녀가 원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글에서 원아는 어느새 혐오스러운 여자가 되어 있었다. 청순한 척하지만, 허영을 좋아하고 지극히 이기적인 여자였다. 글쓴이에 의하면 원아는 자신을 키워준 늙고 병든 할아버지의 집을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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