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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0화 여기서 죽은 척하지 마

조재하는 지금 자신의 처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는데 사진 한 두 장 때문에 타협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정시예도 어리석은 여자가 아니었다. “정시예 씨,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내가 너를 감싸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네가 나를 감싸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일은 더 커지게 될 거야. 동준비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미 우리를 의심하기 시작했겠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어떻게 해야 나를 도와주겠니?” 그가 물었다. 시예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말투는 마치 자신에게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 만약 자신이 이 일에서 빠지려 한다면 두 사람 모두 끝장날 거라는 뜻이다. 그녀가 대답했다. “교수님, 이번 일은 저 혼자 책임을 질 수 없어요. 교수님은 오랫동안 이곳에서 일했고 가정 배경도 좋으시잖아요. 사건이 밝혀진다고 해도 앞으로 다른 직장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가진 것이 없어요. 교수님이 저를 내치시면 제 인생은 끝이에요!” 하지만 조재하는 그녀의 말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차가운 눈빛으로 정시예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네가 이번 일을 맡으면 돈을 주지.” “돈이요? 지금 200억을 주시면 그렇게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돈으로 제 남은 인생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제게 필요한 것은 일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교수님의 애인이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처음에 교수님은 제가 원하는 것을 준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막상 일이 생기니 저를 밀어내려고 하는 건가요? 교수님은 무사하실 것 같아요?” 정시예는 냉담한 조재하를 보고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가 졸업한 학교는 그리 좋은 곳이 아니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그녀는 A시에서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아 조재하와 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처음 그가 했던 약속은 허무한 것이었다. 분명 그녀는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갈 것이다. 조재하가 자신을 위해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해 준다고 해도 남은 인생은 보장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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